작년 北 핵실험 당시 600㎞ 거리여서 충격…인터넷 두절 경험
완공된 지안-만포 교역인프라 가동안돼…경제합작구 지지부진
강 건너 북한 만포 구리공장 굴뚝서 연기 끊겨
(지안<중국 지린성>=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작년 9월 북한 핵실험 때 이곳 지안(集安)에서는 갑자기 컴퓨터 인터넷이 두절되고 사무가 혼란에 빠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요즘도 북한의 핵 위협 때문에 하루하루가 불안합니다."
최근 북한의 6차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 위협에 따라 미국 항모 전단과 핵잠수함이 한반도 주변에 전개하는 등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북중접경 도시 주민들은 전쟁 위험을 느끼며 생활한다고 입을 모았다.
28일 압록강 중류 중국쪽 접경인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에서 만난 주민들은 600~700㎞ 떨어진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핵실험을 했을 때 지안까지 여파를 받아 충격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조선족 김모(53)씨는 "지난해 9월 9일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데 갑자기 인터넷이 끊겼는가 하면 한동안 연결되지 않아 이상했다"며 "나중에 뉴스를 보니 조선(북한)에서 핵실험을 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매일 조선이 추가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전 세계를 상대로 협박을 하는 모습을 보니 작년 사태가 생각나고 또다시 영향을 받을까봐 두렵다"며 "더욱 강한 핵실험을 할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런 분위기는 지안시와 북한이 교역을 하는 통상구 주변에서도 역력했다.
지안시는 작년 봄부터 북한과 교역을 위한 통상구, 경제합작구, 고속도로 건설 공사에 속도를 내왔으나 최근 주춤해졌다.
중국은 지안-만포 간 교역확대를 목적으로 기존 철도통상구 외에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도로통상구를 조성 중이나 작년 하반기 공사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가동하지 않고있다.
지안 도로통상구는 부지 1천391㎡, 건축 면적 1천623㎡ 규모에 길이 50m, 폭 13m, 높이 24m의 5층 건물로 건립됐다.
통상구 건너편 북한으로 향하는 국경다리 '지안 압록강 경계 대교'도 이미 완공됐으나 준공검사 지체 등의 명목으로 아직 차량 통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현지소식통은 "중조(中朝·중국과 북한) 교역 확대에 한몫할 것으로 기대되는 도로통상구와 대교가 만들어졌으나 아직 정상 가동하지 않는 것은 양국 간 회담(업무협의)이 잘 안되는 결과"라며 "국제사회 제재에 중국이 참여하면서 조선이 반발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준공검사 지체 등은 표면상으로 내세우는 이유이며 실제로는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중국의 대북제재가 강화된 것에 조선이 불만을 품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북중교역 인프라가 가동되지 않으면서 지안시가 통상구 배후에 조성 중인 북중경제합작구 사업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한다.
경제합작구는 총사업비 6천828만 위안(약 112억5천만원)을 투자해 지난 2015년 8월 공사에 들어갔으며 올해 6월께 준공할 예정이나 통상구 사업과 마찬가지로 북중 양측이 업무협의가 원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측은 북한과의 교역 정상화에 대비해 지린성 성도인 창춘(長春)과 지안을 연결하면서 도로통상구로 바로 연결되는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흔들림없이 진행 중이다.
지방 차원에서 북중 교류가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민 쑨(孫)모 씨는 "비록 최근 중조 관계가 예전처럼 원활하지는 않지만 지방 차원에서, 특히 군사 차원에서 교류가 진행되고 있다"며 "며칠 전 조선 인민군 창건일에 지안의 군측 대표가 만포로 건너가서 축하해줬고 조선측도 해방군 건군절에 방문했다"고 말했다.
지안과 만포 사이 압록강 상에 위치한 북한령 무인도에 중국 측이 투자해 위락단지를 조성하고 수익금을 북한에 배분하는 조건으로 기초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도 확인됐다.
한 지안 주민은 "압록강 건너편에 위치한 조선의 공업단지 내에 큰 규모의 구리공장이 있는데 몇달 전부터 이 공장 굴뚝에서 배출되던 연기가 끊어졌다"면서 "24시간 배출되던 연기가 끊긴 것을 보면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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