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운영비 부담은 재단 몫…서울시는 시설물 사용료 내야"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1986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들어선 서울시립용인정신병원은 서울시가 의료법인 용인병원유지재단의 전 이사장에게서 부지를 기부채납 받아 건립했다.
서울시는 유지재단과 병원 운영에 대한 위·수탁 협약을 체결, 유지재단은 이듬해부터 용인병원을 도맡아 운영했다.
3년마다 계약을 연장해온 양측 사이에 지난 2015년 이상 기류가 돌기 시작했다.
용인병원 말고도 바로 옆 A병원을 함께 운영하던 유지재단은 A병원의 진입로, 진료실, 조제실, 직원 식당 등 시설 일부를 용인병원이 사용하는 데 대해 서울시에 사용료를 요구했고 서울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유지재단은 같은 해 3월 서울시에 "협약 만료일인 6월 17일 이후 용인병원을 운영할 의사가 없다"고 알리며 인수인계 등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을 통보했고 서울시는 협약 만료일을 그해 9월 15일로 연장한 뒤 새 운영자를 찾다가 협약 만료 시점에 가까스로 서울시의료원을 새 운영자로 선정했다.
서울시의료원이 급하게 투입된 탓에 인수인계에 시간이 걸리면서 용인병원은 사실상 운영 공백기에 빠졌고 유지재단은 재단 비용으로 병원 운영을 이어가다가 협약이 해지되고도 한 달 가까이 지난 그해 10월 13일에야 병원 운영에서 손을 뗐다.
이후 유지재단은 "서울시가 환자 진료에 관한 대책 수립 없이 협약을 종결해 한 달여 간 재단 비용을 들여 병원을 운영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이 기간 의료진 인건비와 약제비 등 3억5천여만원과 협약 해지 이후 A병원의 진입로를 비롯한 유지재단 소유 시설물 사용료 2억4천여만원 등 5억9천여만원을 서울시에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그러나 서울시가 유지재단에 병원 운영비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최근 판단했다.
수원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정권)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협약은 그 내용에 비춰볼 때 민법상 위임계약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민법이 적용될 수 있는데 이에 따르면 위임종료 시점에 급박한 사정이 있는 경우 수임인은 위임인이 위임사무를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 사무 처리를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협약 만료 당시 용인병원에는 상시 의료진의 보호와 관리를 받아야 할 200여 명의 환자가 입원 중이었고 서울의료원은 인수인계를 할 만한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 것으로 보여 이 경우 원고는 여전히 수임인으로서 병원 운영에 따른 경비를 부담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서울시가 A병원 진입로 등 유지재단 소유 시설물을 사용해 온 사실은 인정, 2억800여만원의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zorb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