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김종인, 얽히고설킨 '애증의 삼각관계'

입력 2017-04-28 20:09  

문재인-안철수-김종인, 얽히고설킨 '애증의 삼각관계'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文 삼고초려로 등판한 金, 安품으로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조기대선 막바지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에 대한 '킹 메이커'를 자임하면서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안 후보, 김 전 대표간에 얽히고설킨 '삼각의 애증관계'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초 안 후보의 탈당에 이은 분당사태로 민주당이 '풍전등화'에 놓였을 당시 당 대표였던 문 후보의 '삼고초려'로 김 전 대표는 구원등판했다.

그러나 4·13 총선 이후 관계가 틀어진 뒤 김 전 대표는 당내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좌장격이 됐고, 지난달 탈당한 뒤 '돌고돌아' 안 후보와 손을 잡게 된 것이다.

2012년 대선 때 후보 단일화의 터널을 함께 지났던 문 후보와 안 후보는 한겨울 광화문 유세에서 노란 목도리를 목에 걸어준 '따뜻한 기억'을 뒤로 한 채 이번 대선에선 '라이벌'로 외나무다리에서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벌이는 중이다.

정치권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공식이 이들의 관계에서도 들어맞게 된 셈이다.

김 전 대표와 안 후보는 지난 2012년 대선 국면 직전 안 후보가 2011년 대중적 바람몰이를 하는 계기가 됐던 '청춘 콘서트'를 함께 했던 사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인해 김 전 대표는 한때 안 의원의 '멘토'로 불리기도 했지만 이후 정치적 비전 등의 차이로 갈라선 뒤 이번에 다시 손을 잡기 전까지 다른 길을 걸어왔다.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 전 대표가 지난해 1월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다시 정치무대에 복귀했을 때에만 해도 문 후보와 김 전 대표는 한 배를 탄 '전략적 제휴' 관계였고, 김 전 대표가 문 후보의 '킹 메이커'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안 후보의 탈당과 이에 따른 분당사태가 김 전 대표 민주당행(行)의 원인을 제공한 요인이라는 점도 아이러니한 대목이기도 하다. 안 후보는 당시 문 후보의 김 전 대표 영입을 놓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동의 안했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김 전 대표를 '임시사장'으로 폄하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도 "의사를 하다가 백신 하나 개발했는데 경제를 잘 알겠느냐"는 등의 혹평을 하는 등 공개석상에서 여러차례에 걸쳐 '대선주자 안철수'에 대해 박한 점수를 줬다.

김 전 대표가 '비상전권'을 휘두르며 4·13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도 김 전 대표의 민주당과 안 후보의 국민의당은 사활을 건 '전투'를 벌이며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김 전 대표는 4·13 총선에서 민주당을 '원내 제1당'으로 올려놓으며 승리를 거뒀지만, 4·13 총선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셀프공천' 파동 등을 거치면서 김 전 대표와 친문(친문재인) 진영간에 앙금이 깊이 패였으며 총선 직후 이뤄진 문 후보와의 독대에서 오간 대화를 놓고 양측이 진실공방을 벌이며 결정적으로 멀어졌다.

이후 김 전 대표는 문 후보와 친문 진영을 패권주의 세력을 규정, 문 후보와 대척점에 섰다. 김 전 대표가 줄곧 주장해온 개헌론은 양측간에 형성된 주요 전선 가운데 하나였다.

김 전 대표가 지난달 비례대표 의원직을 버린 채 민주당을 떠났고, 문 후보와는 루비콘강을 건넌 사이가 됐다. 김 전 대표의 탈당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다른 후보들이 "생각이 다른 사람을 품지 못한다"며 문 후보를 공격하는 소재가 되기도 했지만, 문 후보는 김 전 대표를 향해 "경제민주화가 아닌 다른 정치적 목적으로 우리 당을 떠난 것"이라며 전례 없는 고강도 발언을 쏟아내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김 전 대표는 탈당 후 '비문 빅텐트론'의 한 축으로 거론됐고, "더이상 킹메이커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직접 대선 출사표를 던졌지만 일주일 만에 그 뜻을 거둬들였고 통합정부론과 대통령 임기 3년 단축 개헌론을 매개로 수년간 소원했던 안 후보의 당선을 위해 역할을 하게 됐다.

그는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내가 안 후보 욕도 많이 했는데 정치란 게 그런가보다"며 웃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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