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속 일상의 음식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입력 2017-05-01 09:41  

만화 속 일상의 음식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만화 '별맛일기'·'초년의 맛'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음식 만화, 요리 만화 하면 '맛의 달인', '미스터 초밥왕', '심야식당', '고독한 미식가' 같은 일본 만화들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나라 만화계에도 음식을 소재로 한 좋은 만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신간 '별맛일기'(보리 펴냄)와 '초년의 맛'(창비 펴냄)은 일상의 음식을 소재로 사회에서 소외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만화다.

심흥아(35) 작가의 네 번째 작품인 '별맛일기'(전 2권)는 할머니, 엄마와 사는 열 살 소년 별이의 이야기다. 할머니는 못생겼지만 냄새도, 색깔도 살아있는 음식을 만든다. 별이는 그런 할머니와 요리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하고 즐겁다.

어느날 별이네 집 옆으로 미나네 가족이 이사를 오고 두 가족은 음식을 나누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만화는 별이가 할머니와 함께 만들고 미나네 가족과 나누는 음식 이야기를 중심으로, 미혼모와 다문화 가족, 동성애 같은 사회적 이슈들까지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홀로 별이를 낳은 별이 엄마, 피부색이 별이와 다른 미나, 별이를 좋아하는 남자아이 연우가 미역국, 비빔밥, 부추전, 떡볶이 같은 평범한 음식을 먹으며 사는 모습은 그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제가 사회문제에 적극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세상이 좀 더 골고루 행복했으면 하는 평소 제 마음을 담아 보았다"면서 "별맛일기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음식 만화인 만큼 요리 레시피도 빠지지 않는다. 당근 케이크부터 막걸리 빵, 수정과, 봄동 겉절이, 수박 화채, 팥빙수, 카레, 계란말이까지 30여 가지 음식들의 조리법이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 속에 담겼다.

그동안 주로 펜으로 작업하던 작가는 이번에는 연필을 택했다. 연필선이 주는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은 '세상이 행복해 지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마음을 전하는 데도 한몫한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어린이 잡지 '고래가 그랬어'에 연재했던 작품이다. 1권 232쪽, 2권 228쪽. 각 권 1만2천원.






'먹방 청춘만화'를 내세우는 '초년의 맛'에는 다양한 '초년생'이 등장한다.

만화 속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재수생, 연애초보 등 20∼30대 초년생들은 음식을 통해 위안을 얻고 마음을 전하고 실패를 극복하며 마음을 연다.

어린 시절 스트레스를 받아 체할 때마다 엄마가 타준 매실청의 기억은 이혼해 따로 살게 된 엄마에 대한 원망을 잊게 한다. 힘겨운 취업 준비 중 배달된 고향의 곶감에 찡그렸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뮤지컬 배우의 꿈을 접고 카페에 취직한 뒤 처음 만든 카페 모카의 맛은 쓰기만 하다.

만화는 힘든 하루를 보낸 초년생들에게 억지스럽게 힘을 내라고 이야기하는 대신 평범한 일상의 음식으로 조용히 위로한다.

만화가 이현세는 "볼 때마다 군침이 돌게 하는, 달지도 짜지도 않은 풋풋한 맛. 그 속에 싱그러운 희망과 청춘의 고민이 있었다"고 평했다.

앵무(28) 작가가 유료 웹툰 사이트인 '레진코믹스'에 지난해 6∼12월 연재한 웹툰을 책으로 묶었다.

앵무 작가는 "이 작품의 콘셉트로 잡은 것은 '미숙함'"이라면서 "성숙하게 행동하고 능숙하게 대처하는 것은 아무래도 초년생답지 않다. 그런 미숙한 초년생들을 음식이라는 소재를 통해 '성숙한' 실력으로 그려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428쪽. 1만8천원.

zitro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