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개헌을 위해 차기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는 문제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의 막판 변수로 부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개헌에 필요하면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것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국민 의사를 반영해 국회가 권력구조 개편에 관해 결정하면 전적으로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안 후보는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에는 동의했으나 대통령 임기 단축에 대해선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다른 네 후보의 공약에도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가 들어가 있다. 하지만 대통령 임기 단축까지 공약한 것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유일하다. 지지율 선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등 나머지 세 후보는 임기 단축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친문(친문재인)·친박(친박근혜)을 제외한 모든 세력에 문호를 개방하는 '통합정부 로드맵'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세력과 패권주의 세력은 빼고, 나머지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개혁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또 내각 통할권을 가진 책임총리를 국회 추천을 받아 임명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개헌을 고리로 한 '비문연대' 공세로 역전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가 대선전 초반에 그렸던 집권 전략이 뒤늦게 안 후보를 통해 구체화한 형국이기도 하다. 김 전 대표는 안 후보가 제안한 공동정부 준비위원장직을 받아들일 것 같다. 안 후보는 문 후보와 양강구도까지 갔다가 최근 가파른 내리막을 탔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안 후보가 추격과 반전의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지로 모인다. 결국, 안 후보가 보수와 중도층에 넓게 퍼져 있는 반문(반문재인) 부동표를 어느 정도 흡인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개헌과 연계한 임기 단축 카드가 어느 정도 먹힐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다섯 명의 후보가 모두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공약한 만큼 개헌 자체에 반대할 명분은 약하다. 특히 조기 대선의 근인으로 지목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기에 대해서는 거의 이견이 없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차기 대통령의 임기가 개헌의 결정적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5년 단임'인 현 대통령제를 개편하는 방안으로는 '4년 중임' 대통령제와 이원집정부제가 많이 거론된다. 어느 길로 가든 대통령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맞춘다는 것에는 대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차기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사이에는 약 2년의 시차가 있다. 안 후보가 임기 3년 단축을 공약으로 내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공은 다른 후보들한테로 넘어갔다. 통합정부를 말한다면 문 후보도 비슷한 청사진을 제시했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나름대로 협치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선 훨씬 더 중요한 게 개헌이다. 모두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한다고 하면서 곤란한 부분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전체 개헌 판을 흔들 만큼 핵심적인 변수가 차기 대통령의 임기 문제인데 가타부타 언급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안 후보 선대위의 김성식 전략본부장은 "무조건 3년으로 줄인다는 게 아니라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새 정부 출범 후 국회가 헌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임기 단축이 필요한 방안으로 의견이 모이면 이에 따르겠다는 뜻이다. 다음 정부 임기 내 개헌을 공약한 후보라면 이 정도 임기 단축 약속을 거부할 명분이 있을까 싶다. 만약 그렇다면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이고 명분과 설득력을 갖춘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안 후보가 약속한 조건부 임기 단축에 반대하면서 대안도 제시하지 않는 것은 대선 후보로서 무책임하고 부도덕하다. 이미 공약집에 들어가 유권자들한테 배포된 개헌 약속이 결국 '헛공약'이었음을 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종 선택은 후보 본인의 몫이다. 하지만 배를 띄운 민심이 배를 가라앉힐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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