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증, 후임 논의조차 없어…일시 대표이사 체제
수협은행은 밥그릇 다툼에 직무대행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박의래 기자 = 서울보증보험과 수협은행의 차기 수장 선출이 차기 정부 출범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양 기관 모두 수장이 공석인 상태이나 선출 과정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서울보증은 최종구 전 사장이 3월 6일 수출입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후임자 선임을 위한 과정을 개시조차 하지 않고 있다.
반면 수협은행은 이원태 전 행장의 임기 만료 전인 3월 9일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를 열어 차기 행장 선출을 위한 논의를 9차례나 진행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개최 논의조차 없어…일시 대표이사 체제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보증의 차기 사장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자격요건을 만들어 후보자 공개모집과 검증과정을 거쳐 내정자를 정한다.
임추위는 사외이사 4명, 비상무이사 1명 등 서울보증의 이사회 멤버로 꾸려진다.
서울보증 사장 자리는 3월 6일 이후 두 달 가까이 비었지만, 아직도 임추위 구성을 위한 이사회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특히 서울보증은 최근 사장이 자주 바뀐 탓에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4년 10월에 취임한 김옥찬 전 사장이 취임 1년여 만에 '친정'인 KB금융지주의 사장으로 간 데 이어 후임자인 최종구 전 사장도 역시 1년여 만에 다른 금융기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로썬 임추위가 대선 전에 구성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서울보증의 지분 94%를 보유하고 있어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여서다.
1998년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이 현재의 서울보증으로 합병된 이래 사장 6명 중 4명이 금융당국 또는 관료 출신이다.
사장 공석이 길어지자 직무대행을 맡았던 김상택 전무를 일시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상법상 후임자가 선정돼야 기존 대표이사가 등기부상에서 빠질 수가 있다. 후임자를 물색하지 못한 서울보증은 등기부상 대표이사로 기존 최종구 전 사장이 계속 등재돼 있었다. 이에 따라 서울보증이 발급하는 각종 보증서가 '최종구 사장' 명의로 나갔다.
서울보증은 현재 수출입은행장인 최 전 사장의 명의로 보증서가 발급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법원의 결정을 받아 김상택 전무를 일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서울보증이 일시 대표이사 체제에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보증 관계자는 "조만간 임추위를 구성해 후임 사장을 선임하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수협은행장 선정, 정부 vs 수협 '밥그릇 다툼'에 진통
지난해 말 수협중앙회에서 분리한 수협은행도 차기 행장을 결정하지 못하고 다음 정부로 넘기게 됐다.
수협은행은 서울보증과 달리 3월 9일 행추위를 열어 차기 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했으나 두달 가까이 공전 상태다. 은행장 자리를 놓고 정부와 수협은행의 지주회사 격인 수협중앙회와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다.
수협은행은 정부로부터 공적자금 1조1천581억원을 받았다.
이 때문에 행추위원 5명 중 3명은 기획재정부 장관·금융위원장·해양수산부 장관이 각각 추천하고 나머지 2명은 수협중앙회장이 추천하게 돼 있다.
구성원만 놓고 보면 정부 측 추천자가 더 많지만 양쪽의 합의 없이는 은행장을 뽑기 어렵다.
수협은행 정관에서 행추위원 5명 중 4명 이상의 찬성으로 은행장이 선출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 측은 수협중앙회 출신이 은행장을 맡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이원태 전 행장을 밀고 있다.
수협중앙회에서 지원하는 강명석 수협은행 상임감사는 은행장으로서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다가 강 감사가 될 경우, 수협중앙회장이 은행 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면 수협중앙회는 '낙하산은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수협은행은 지난달 27일에도 행추위를 열고 행장 후보자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회의를 미뤘다.
정확한 회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을 고려하면 대선 이후에나 차기 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행추위가 헛도는 사이 이원태 전 행장의 임기가 지난달 12일로 끝났다.
수협은행은 수협중앙회 정만화 상무를 행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한 상태지만, 정 상무가 은행에서 근무한 적이 없어 행정 공백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차기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당장 수협은행장을 챙길 정도의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결국 차기 행장 내정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 같다"고 우려했다.
pseudoj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