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과거 부모들은 자녀가 규칙을 어기고 친구와 너무 많은 시간을 어울려 지내면 외출을 금지하는 벌을 가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10대들에게 놀이터는 집 밖의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사이버상의 소셜 미디어다.
일부 부모들은 예전에 자신의 부모가 했던 것처럼 아이들의 놀이터 출입을 금지하는 벌을 내린다. SNS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강제적인 SNS에 대한 접근 차단은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10대 청소년에게 해로운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과 AP통신이 미국 10대 청소년 790명을 대상으로 한 소셜 미디어 이용실태에 대한 연구조사 결과, 비자발적으로 일정 기간 SNS 접근을 차단당한 10대는 심리적 불안감을 겪었으며, 다시 네트워크 접근이 허용된 후에는 이전보다 많은 게시물을 올리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 보도했다.
비자발적으로 소셜 미디어로부터 차단된 10대들 가운데 38%는 자신들이 주변에 잊혀진 존재가 된다는 불안감을 느꼈다고 답했고, 13%만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또 가능한 한 빨리 SNS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견은 35%였으며, '그렇지 않다'는 의견은 11%였다.
반면, 자발적으로 일정 기간 SNS와 단절한 조사대상 10대들은 친구들과의 소통 부족 상황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었으며, 휴식을 취하는 것에 대한 안도감과 함께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사람들(가령 가족 등)과의 소통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도 소셜 미디어를 끊은 적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들의 경우에도 SNS를 하는 것에 대한 피로감으로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자신의 사회적 삶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 아니라, 학교 과제를 하거나 과외활동 등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단절할 수 없었다는 대답이 높았다고 WP는 전했다.
이 연구를 책임진 아만다 렌하트 시카고대 교수는 "소셜 미디어 접근 차단의 부작용은 단지 친구들의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무거운 뉴스를 포함해 다양한 세상의 정보에 접근할 기회를 빼앗는 것일 수 있으며, 정서적 불안을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렌하트 교수는 "10대와 소셜미디어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며 "소셜 미디어는 단순히 10대들의 놀이터가 아니며 SNS 이용과 관련해 굉장히 다양한 층이 존재하고 있음을 이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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