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앞 명물 '내 영혼의 닭꼬치', 이젠 추억 속으로

입력 2017-04-30 07:25  

이대앞 명물 '내 영혼의 닭꼬치', 이젠 추억 속으로

20년간 이대 앞 지킨 노윤호씨, 건강 이유로 영업종료

이대 커뮤니티에 감사 글…"황홀했고 행복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양지웅 기자 = 20년간 이화여대 정문을 지키며 많은 학생의 추억이 된 분식 노점상이 긴 세월을 뒤로하고 영업을 마쳤다.

30일 이대생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이 학교 정문 건너편에 자리를 잡았던 '내 영혼의 닭꼬치'가 16일 문을 닫았다.

17일 커뮤니티에는 '내영닭 아저씨가 벗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든 전달하고 싶다 해서 대신 올린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의 주인공은 "직접 와서 무한 애정으로 문전성시를 이루시고 혹은 문자로 위안과 위로를 준 이화인들에게 마음 한쪽 베어주고 싶다"며 "이대 앞의 아름다운 풍경이 되고 싶다고 희망했는데 오히려 이화인들이 나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고 썼다.

이어 "이익을 남기지 않고 기억을 남기려고 했지만, 오히려 이화인들이 기억의 나무로 생생해서 돌연 숲 하나 내 앞에 울창하다"며 마치 하나의 시와 같은 작별인사를 남겼다.

그는 "떠나려는 사람을 머뭇거리게 하고 다시 뒤돌아보게 하는 이화인이여, 당신들과 같이했던 시간은 눈부셨고 황홀했고 행복했다"며 "이화인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이대 앞의 고정된 풍경과도 같았던 이 닭꼬치 가게는 노윤호(62)씨에 의해 1997년부터 운영됐다. 그는 출판사에 다니다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실직해 궁여지책으로 길거리 분식 장사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씨가 이대생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것은 뛰어난 닭꼬치 맛과 넉넉한 인심이었다. 1천원대 저렴한 가격에 꼬치를 팔아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에게 인기였고, 특히 떡을 원하는 만큼 무한정 먹을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이대 졸업생 김모(33)씨는 "졸업하고도 닭꼬치가 생각나서 종종 찾아가서 먹을 정도로 맛있었다"며 "떡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아저씨가 뭐라고 하지 않으셨다. 나의 대학시절 '소울푸드'였다"고 말했다.

졸업생 안은나씨는 "학보사에 있을 때 취재한 적이 있는데 평소에도 학보를 꼼꼼하게 챙겨보는 등 이대 애정이 남달랐다"며 "나는 조용히 먹고 가는 편인데 아저씨도 말없이 서비스 떡을 내 쪽으로 밀어주시곤 했다"고 떠올렸다.

지난해 입학한 재학생 지은서씨도 "동아리 활동을 마치고 늦은 밤에 가면 떡과 오뎅 등 늘 많은 서비스를 줬다"며 "떠났다니 슬프고 아쉽다"고 말했다.

노씨로부터 가게를 물려받은 이승우씨는 "인수인계차 아저씨의 마지막 이틀간 같이 영업했는데 소식을 들은 졸업생들이 계속 찾아왔다"며 "인사를 나누고 사진도 찍고, 액자를 선물로 가져온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과 졸업생들이 많이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노씨는 건강 때문에 장사를 그만뒀다고 한다. 노씨와 함께 오랜 세월 같은 자리를 지킨 한 상인은 "허리 등 몸이 안 좋아져서 그만뒀다고 들었다"고 했다.

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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