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100일간 주요국은 당근책이든 맞불전략이든 다양한 정책을 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뚜렷한 대응책 없이 미국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코트라(KOTRA)는 30일 '트럼프 취임 100일과 미국 통상·경제정책 평가 및 주요국 대응현황'에서 미국 신정부의 주요 통상·경제정책과 주요국들의 대응방안을 점검했다.
중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는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피하기 위해 미국의 정책 기조에 대체로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이 가장 날을 세웠던 중국은 양국 간 통상협력을 위한 '100일 계획'을 제시하여 환율조작국과 관세 보복을 피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와 중국 금융기관에 대한 미국 투자자의 주식 보유 한도 증액에도 합의했다.
일본은 미국에 4천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70만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한 '미·일 성장·고용 이니셔티브'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자국의 통화정책을 방어하는 동시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미국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려고 있다.
반면 유럽과 북중미 국가는 미국 통상압박에 오히려 강경 기조로 맞서고 있다.
유럽연합(EU)·독일은 미국이 수입 관세나 국경조정세를 도입하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으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앞둔 멕시코는 자국의 이익을 침해당한다면 NAFTA 탈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대(對) 미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는 이미 미국 유제품에 관세를 부과했고, 스위스는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주된 표적이 됐다.
특히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며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한미 FTA 재검토(Reform 또는 Reopen)를 언급한 반면,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3월 31일(현지시간) '무역장벽보고서'를 통해 상호 윈윈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에 대해 재협상 나아가 폐기까지 언급해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됐다.
철강 등 주력산업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 강도도 점점 세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일본처럼 '당근'을 내놓지도, 유럽이나 북미처럼 '채찍'을 내놓지도 못한 상황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파고가 더욱 거세지면서 한미 FTA 재협상, 비관세 장벽 강화 등으로 인한 한국 주력 수출산업의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미국 통상정책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중국·일본처럼 적극적으로 통상·경제협력 패키지를 제시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우회할 수 있는 현명한 대처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