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행정대학원생들, 안 의사 유족 돕기 모금 나서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연세대가 빈한한 삶을 사는 안중근 의사 유가족들을 돕기 위한 활동에 팔을 걷어붙였다.
1일 연세대에 따르면 이 대학 행정대학원생들은 지난달 7일부터 안중근 의사 유족에게 의료비와 생계비를 지원하고자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세대는 최근까지 안중근 의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거의 없는 학교였다. 3월 24일 연세대에 '안중근 사료센터'가 만들어지면서 인연이 생겼다.
이 학교 행정학과 이종수 교수가 원장으로 있는 국가관리연구원은 안중근 의사 107주기를 맞아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으로부터 자료 1천여 건을 기증받아 교내 연세삼성학술정보관에 사료센터를 열었다.
이 교수는 "아직 모금액이 그리 크지 않고, 지금까지 고생한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죄송한 일밖에 안 된다"고 노출을 꺼리면서도 "안 의사 유가족들이 어렵게 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안 의사 유가족들은 여러모로 힘든 삶을 살아왔는데 이는 정부와 사회가 지켜주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우리도 크게는 못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정도로 학생들이 나섰다"고 말했다.
이 교수 말처럼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학생들은 모금 취지를 알리는 포스터를 만들어 대학원 건물 안팎에 붙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도 이런 활동을 홍보하며 행정대학원 동문에게 '십시일반'을 호소하고 있다.
행정대학원에서 '안중근 의사 유족돕기 추진위원회'를 꾸려 위원장을 맡은 이정신씨는 "사료센터가 개소할 무렵 유족들과 같이 식사했는데 일부는 치아가 없어 음식을 제대로 못 먹었다"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의 유족이라는 것이 너무 가슴 아팠다"고 떠올렸다.
"유족들이 최소한 틀니라도 할 수 있게끔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고 이씨는 덧붙였다.
현재 안 의사 조카의 두 딸 등 유족들은 30년 넘게 서울 외곽의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80대를 넘긴 고령으로, 최근 척추 수술을 받아 6개월째 병원 입원 중인 유족도 있다고 한다.
이 교수는 "학생들의 활동을 계기로 안 의사의 유가족을 돕는 활동이 확대된다면 이는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가관리연구원은 기증받아 사료센터에 보관 중인 안 의사 관련 자료를 조만간 본격적으로 분석해 안 의사의 행적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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