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쏜 탄도미사일, KN-17 ASBM 추정…정밀도 높아야
유사시 美 항모 접근 막아 한국군·주한미군 고립 효과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북한이 지난 29일 시험발사한 탄도미사일은 미국의 전략무기인 핵추진 항공모함을 표적으로 삼는 신형 미사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전면전에 대비해 미국 항공모함의 한반도 접근을 막기 위한 무기라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30일 "북한이 어제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기종을 면밀히 분석 중"이라며 "비행시간이 짧아 기종을 판단하는 데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29일 오전 5시 30분께 평안남도 북창 일대에서 북동쪽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쐈다. 미사일은 수분 정도 비행하다가 공중폭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고 고도는 71㎞였다.
AP통신은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이 신형 중거리미사일 'KN-17'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북한의 신형 미사일을 포착하면 'KN'에 새로운 숫자를 붙이는 방식으로 명명한다. 북한이 지난 16일 발사한 탄도미사일도 KN-17인 것으로 미군 당국은 보고 있다.
KN-17은 스커드 단거리미사일의 개량형인 것으로 추정된다.
스커드 개량형으로는 사거리를 약 1천㎞로 늘린 스커드-ER이 있지만, KN-17은 스커드-ER과는 다른 탄도미사일이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스커드-ER의 경우 이미 안정적인 운용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달 6일 성공적으로 발사한 4발의 탄도미사일도 스커드-ER로 추정됐다. 북한이 공개한 영상에서 이들 미사일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비행해 기술이 이미 상당한 수준임을 시사했다.
KN-17은 잇달아 발사에 실패한 데서 드러나듯 아직 기술 수준이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KN-17은 대함탄도미사일(ASBM: Anti-Ship Ballistic Missile)로 분류된다. ASBM은 해상에서 움직이는 함정을 표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지상 공격용 탄도미사일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대부분의 탄도미사일은 지상에 고정된 군사시설과 도시를 겨냥한 것으로, 파괴력에 초점이 맞춰진다. 살상 반경이 커 정밀도는 다소 떨어져도 상관없다.
이와는 달리, 함정 공격용인 ASBM은 표적이 상대적으로 작고 움직이기 때문에 고도의 정밀도가 필요하다.
북한은 KN-01 함대함 미사일을 비롯해 여러 함정 공격용 무기를 갖췄지만, ASBM은 아직 없다. 북한이 ASBM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한반도로 접근하는 미국 항공모함을 원거리에서 파괴하기 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의 ICBM이 미국에 대한 강력한 보복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미국의 선제공격을 막기 위한 전략무기라면, ASBM은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미국 항공모함을 파괴하고 접근을 막는 전술무기다.
중국도 항모를 겨냥한 ASBM을 보유하고 있다. '항공모함 킬러'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둥펑'(東風.DF-21D) 대함 탄도미사일이 대표적이다. 첨단 레이더를 장착해 스스로 항모를 찾아내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북한이 미국의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가 한반도 해역에 진입한 29일 KN-17을 발사한 것도 항공모함 파괴 능력을 과시하려는 시도였을 수 있다.
북한이 ASBM 개발에 성공할 경우 유사시 미국 항공모함의 한반도 접근이 어려워진다.
북한은 ICBM에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유사시 미국이 한반도에 증원군을 보내지 못하도록 하고 ASBM으로는 미국 항공모함의 접근을 막아 우리 군과 주한미군을 고립시키는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북한은 ASBM에도 핵탄두를 탑재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전술핵무기로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ASBM의 운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 항공모함을 원거리에서 탐지하는 감시·정찰 능력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민 국방연구원(KIDA) 연구원은 최근 기고문에서 "북한은 스커드-ER, 노동, 북극성 1∼2형 모두 ASBM으로 개량하거나 새롭게 개발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앞으로 무인기와 연동시키는 연구도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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