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맹식 국립문화재연구소장 "석탑 연구의 밑거름 될 것"
"경주 월성은 복원보다 발굴에 충실"
(대전=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지난 2001년 해체된 익산 미륵사지석탑의 복원이 오는 11월이면 6층까지 마무리됩니다. 1천300년 전에 완공된 석탑을 20년 가까이 보수했던 경험은 향후 석탑 연구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최맹식(60)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륵사지석탑(국보 제11호)의 복원 공정에 대해 "가장 어려웠던 1층과 2층 조립이 마무리됐고, 3층을 쌓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륵사지석탑은 백제의 중흥기를 이끌었고, 삼국사기에 전하는 서동과 선화공주의 서동요 설화 주인공인 것으로도 유명한 백제 30대왕 무왕(재위 600∼641) 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석탑이다. 목탑처럼 석재 2천800여 개를 짜 맞춰 완성한 건축물로, 일부 석재는 나무판처럼 얇고 넓어서 조립하는 데 정교하고 세밀한 작업이 요구된다.
최 소장은 "복원 작업은 올해 종료되지만, 석탑을 둘러싼 가설 덧집은 내년에 철거한다"며 "지반을 다지고 부재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진행했던 실험의 결과를 보고서에 상세하게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82년 연구소 학예연구사로 문화재청에 입사한 뒤 두 차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을 지냈다. 특히 삼국시대 기와와 관련한 연구를 많이 했다.
최 소장은 지난 2015년부터 진행된 발굴조사를 통해 신라 기와가 많이 출토된 경주 월성은 복원보다는 발굴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신라의 천년 왕성인 월성에 대해 왕궁 복원을 염두에 두고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발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지속해서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 최 소장은 "아직 신라의 왕성이라는 뚜렷한 유물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발굴에 충실할 뿐, 복원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최 소장의 또 다른 관심사는 문화재 방재 연구와 유물 분석 연구다.
문화재 방재는 지난해 9월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중요한 현안으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연구소는 안전방재연구실을 신설했고, 올가을에는 충북 충주에 지진과 관련된 진동을 실험할 수 있는 실험실을 완공한다.
그는 "각종 자연재해에 대처하려면 일단 각종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연재해 피해뿐만 아니라 세월에 따른 문화재의 풍화와 노화에 관한 연구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이어 유물 분석 중에서도 고고학 유적에서 나오는 인골에 관한 연구를 강화할 생각이라면서 "인골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시대의 상한선과 하한선 차이를 줄이면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과제를 차례로 설명한 최 소장은 마지막으로 우리 문화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문화재는 정부가 관리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없으면 문화재를 보존하고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민이 문화재를 내 것으로 생각하고 친숙하게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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