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ICBM 발사 등 전략도발 대신 무력 '시위'
대형 도발 가능성 상존…美, 칼빈슨호 재전개로 北 압박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한반도 긴장 수위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4월이 군사적 충돌 없이 지나가게 됐다.
'4월 위기설'은 '설'(說)에 그치게 됐지만, 한반도 긴장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군 관계자는 4월의 마지막 날인 30일 "북한이 이달 중 대형 도발을 하지는 않았지만, 중·저강도 도발을 계속하고 있어 높은 수준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달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과 25일 군 창건 85주년을 계기로 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감행할 것으로 우려됐다.
북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핵실험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는가 하면 ICBM 엔진 연소시험을 하는 등 국제사회의 우려를 부추겼다.
이 때문에 이달 들어 한반도 긴장 수위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미국 태평양사령부가 지난 8일 싱가포르에 있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를 한반도 해역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밝히자 한반도에서는 급격히 전운이 감돌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 조치로 시리아 공군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단행한 직후 나온 태평양사령부의 칼빈슨호 재전개 발표는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낳았다.
한반도 긴장 수위는 북한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습 가능성이 거론되던 1994년 1차 북핵 위기 이후 최고조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는 '4월 북한 폭격설'이 나돌았다.
다행히 북한은 핵실험과 ICBM 발사 등 대형 도발에 나서지는 않았다.
그 대신 이달 5일, 16일, 29일 각각 탄도미사일 1발을 쐈으나 모두 실패했다. 이들 미사일은 ICBM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비롯한 전략무기를 대거 선보였고 군 창건 기념일에는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대규모 화력훈련을 했다.
전략적 수준의 도발을 자제하고 중·저강도 무력시위를 이어간 것이다. 북한이 예측불허의 트럼프 행정부 앞에서 정세 관리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이 강하게 반발해온 한미 연합 키리졸브(KR)·독수리(FE) 훈련도 모두 끝났다. 키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에는 미군 병력만 각각 약 1만3천명, 1만명이 참가했다.
북한이 대형 도발을 자제하고 한미 연합훈련도 종료됐지만, 한반도 긴장은 쉽게 사그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ICBM 발사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가운데 미국의 칼빈슨호는 독수리 훈련이 끝나기 하루 전인 29일 한반도 해역에 진입해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에 돌입했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임무를 띤 칼빈슨호는 수일 동안 한반도 해역에 머무를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한이 도발에 나설 조짐을 보일 경우 칼빈슨호 외에도 핵잠수함, 장거리전략폭격기, 스텔스 전투기 등 다양한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전개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27일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연례 회의에서도 한반도에 대한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배치'에 합의했다.
우리 군도 당분간 높은 수준의 대비태세를 유지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우리 군은 한미 연합훈련의 종료와는 상관없이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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