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에 사퇴…많은 욕 먹었지만 잘했다고 생각"
'미국 맘' 100세 생일 맞아 샌프란시스코 방문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30일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혹시 내 경험이 필요하다면 한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와주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초빙교수 자격으로 미국 보스턴에 머물고 있는 반 전 총장은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 북부 노바토에 사는 '미국 맘(엄마)' 메리 엘리자베스 리바 패터슨 여사의 100세 생일 축하연에 참석한 뒤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1962년 미국 적십자가 주최한 외국인 학생 미국방문 프로그램인 VISTA를 통해 미국땅을 처음 밟은 반 전 총장은 8일 동안 패터슨 여사의 집에서 기거했고 그 인연을 50여 년 동안 이어온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양측(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에서 그런 요청들이 많이 오지만, 그럴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지금 누구를 지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철저히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문 후보 측과 안 후보 측은 중도ㆍ보수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반 전 총장에게 잇단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은 최근 한반도 위기 상황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대북 압박은 원칙적으로 옳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중국이 안 하면 내가 하겠다'는 태도는 우려스럽다. 한국을 제외한 대북 전략 논의, 이른바 '코리아 패싱'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사드 비용 10억 달러를 부담시킬 것이라고 한 데 대해 "사드 배치 비용은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규정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 출마 선언 후 20일 만에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에 대해 "사무총장으로 있을 때는 임무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에 준비를 거의 하지 못했고, 올해 1월 초부터 열흘 남짓 준비해 한국에 들어왔다"며 사전 준비가 부족했음을 인정하면서, "막상 닥쳐보니 여러 어려운 일이 있었지만, 나중에 당을 만들어 출마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퇴 당일(2월 1일) 새벽 아내와만 얘기한 뒤 혼자 원고를 써서 갖고 있다가 예정돼 있던 심상정 대표와의 회동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게 된 것"이라며 "사전에 누군가와 상의했다면 사퇴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퇴 후 욕을 많이 먹었는데, 나중에는 빨리 사퇴한 것이 잘했다는 의견들이 많더라"면서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3개월간의 하버드대 초빙교수 프로그램을 마친 뒤 오는 7월 초 귀국할 예정이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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