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운동 급부상에 총선 승리는 미지수…총선은 내년 봄 실시 유력
(로마·서울=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김경윤 기자 = 마테오 렌치(42) 이탈리아 전 총리가 당 대표 경선에서 압승하면서 총리직 탈환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치러진 이탈리아 집권 민주당(PD)의 당 대표 경선에서 렌치 전 총리는 안드레아 오를란도 법무부 장관, 미켈레 에밀리아노 풀리아 주지사를 압도적인 표 차이로 꺾었다.
중간 개표결과에서 렌치 전 총리는 72%를 득표했고, 오를란도 장관이 19%, 에밀리아노 주지사가 9%의 득표율을 보였다.
표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오를란도 장관과 에밀리아노 주지사는 최종 개표결과가 나오기 전에 패배를 인정했으며, 렌치 전 총리도 승리 연설을 했다.
이번 당 대표 경선에는 이탈리아 전역에서 당원을 포함해 약 200만 명이 표를 던졌다. 민주당 대표 경선에는 당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렌치 전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탈리아를 믿는 모든 이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하다"고 짧은 소감을 남겼다.
그는 승리 연설에서 "이제는 같은 경기의 후반전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경기"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국민투표 부결 책임을 지고 총리직과 민주당 대표 자리를 내려놓은 렌치 전 총리는 차기 총선에서 당을 승리로 이끌어 다시 총리직을 탈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이 만만찮은 세를 과시해 당장 다음 총선 승리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성운동의 지지율은 30% 안팎이며, 민주당은 오성운동보다 지지율이 3∼8%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렌치 전 총리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반발한 민주당 내 소수파가 민주혁신당으로 분당하면서 지지율을 끌어내렸다.
렌치 전 총리는 차기 총선에서 오성운동의 급부상 가능성을 의식한 듯 이날 지지자들에게 "포퓰리즘의 대안은 엘리트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중"이라며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정계 일각에서는 렌치 전 총리가 이번에 거둔 압도적인 당 대표 경선 승리를 발판 삼아 내년 봄으로 예정된 차기 총선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렌치 전 총리의 측근은 "젠틸로니 정부가 우리 정부"라며 이런 관측에 선을 그었다. 현재 이탈리아 내각은 렌치 정부에서 외교부 장관을 지낸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가 이끌고 있다.
렌치 총리는 29세에 피렌체 시의회 의장, 34세에 피렌체 시장에 당선되며 젊은 나이에 공직에 발을 들인 인물이다.
TV에 출연해 기성 정치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싸움닭'(The Scrapper)이라는 별명과 함께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이후 39세에 최연소로 이탈리아 총리로 당선됐으나 야심 차게 추진한 개헌 국민투표에서 쓴맛을 보면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렌치 전 총리의 사퇴 이후 오성운동과 극우 정당 북부동맹 등 야당은 조기 총선 실시를 주장했으나, 현행 상원과 하원의 서로 다른 선거법을 통일하는 방안이 아직 의회에서 합의되지 않은 탓에 총선은 당초 일정대로 내년 상반기에 치러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상원과 하원의 선거법이 통일되지 않은 채 총선이 실시되면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의회의 선거법 개정 없이는 조기 총선이 불가능하다고 못박은 바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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