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각 통한 경영권 방어 전략은 주주평등원칙 훼손"

입력 2017-05-01 12:00  

"자사주 매각 통한 경영권 방어 전략은 주주평등원칙 훼손"

조성익 KDI 연구위원 "신주 발행과 같은 행위이지만 제도는 차별적으로 취급"

"대기업 경영권 방어 위해 제도 설계…매각 심사 제도 등 도입해야"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2015년 삼성물산[028260]·제일모직 합병에서 사용돼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진 자사주 매각을 통한 경영권 방어 전략이 일반·소액주주의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자사주 매각과 관련해 주주 평등이 실현되려면 자율적 규율이 자리 잡도록 제도 전반을 정비하거나 매각 심사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성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일 KDI 포커스(Focus) '자기주식 처분과 경영권 방어' 보고서에서 "자기주식(자사주)을 활용한 기업 경영권 유지·방어·상속은 주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조 위원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때 사용된 자사주 매각 사례를 분석했다.

당시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두 회사의 합병에 반대하자, 삼성물산은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위해 '백기사'로 나선 KCC[002380]에 자사주 899만주(5.76%)를 매각하기로 했다.

엘리엇은 "삼성 오너가가 삼성전자[005930]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려 한다"며 자사주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기도 했다.

이후 법원이 삼성 측의 손을 들어주고 임시 주총에서 합병 안건이 가결됐지만 이와 관련한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주식은 회사의 주인임을 입증하는 증서이자 회사 자산에 대한 분할된 청구권을 의미한다.

이 주식이 회사 밖에서 유통되면 경제적 가치가 있지만, 회사 안으로 들어오면(자사주)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자사주를 다시 외부에 처분하면 경제적 가치가 생겨나기 때문에,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유통하는 신주 발행과 재무적으로 같은 행위라고 조 위원은 봤다.

조 위원은 "자사주 처분과 신주 발행은 경제적으로 같지만 현행 법령은 둘을 차별적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이 차이로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은 현재 한국의 자사주 운용 제도가 적어도 암묵적으로 대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 활용 가능성을 정책적으로 고려해 설계된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자사주를 경제적 본질에 맞게 재무관리수단으로만 활용하도록 하되, 단기적으로도 회사의 가치를 훼손하는 과도한 경영권 방어를 제어할 정책수단이 필요하다고 봤다.

조 위원은 "감독 당국의 자기주식 처분 심사를 도입해 일반·소액주주의 손실 가능성을 사전·사후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며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독립적 사외이사의 역할이나 일반·소액주주의 손해배상 청구 등 시장을 통한 자율적 규율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을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vs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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