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매스터 美보좌관 "사드 등 재협상하게 될 것"…진의는 불분명
정부 "재협상 없다" 일축…윤병세 "미측 강조점은 양국 합의 준수"
전문가 "방위비 분담금 협상·한미 FTA 등에 불똥 튈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비용 부담을 둘러싼 논란이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의 '재협상' 발언으로 새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정부는 즉각 '재협상 사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지만, 미국은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을 통해 우리의 부담 증가를 관철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에선 이번 사드 논란으로 미국의 이익을 위해선 동맹과의 합의사항도 뒤엎을 수 있다는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됐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드 배치 비용은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탄 발언으로 촉발된 논란은 지난달 30일 이뤄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미 국가안보보좌관의 전화통화를 통해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듯했다.
청와대는 통화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가 우리 정부가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기존 합의를 재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맥매스터 보좌관이 30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설명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인터뷰 진행자가 '당신이 한국 측 카운터파트에 기존 협정을 지킬 것이라는 말을 했다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내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것이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런 게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내가 한국의 카운터파트에 말한 것은 '어떤 재협상이 있기 전까지는 그 기존 협정은 유효하며, 우리는 우리 말을 지킬 것'이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사드 배치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냐'는 후속 질문에 "사드와 관계된 문제, 향후 우리의 국방에 관계된 문제는 (앞으로) 우리의 모든 동맹국들과 할 것과 마찬가지로, 재협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기존 합의는 지키겠지만 재협상할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한미 안보수장의 통화 이후 오히려 논란이 더 확산하자 우리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는 1일 "맥매스터 보좌관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은 한미간의 기존 합의가 유효하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측 입장의 방점은 "양국간 이뤄진 합의를 지킨다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의 '기존 합의는 지키겠지만 재협상할 것'이라는 발언에서 '기존 합의는 지킨다'는 쪽에 무게를 둔 것이다. 그러나 '재협상' 부분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아 논란을 불식하기엔 역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실제 사드 비용 재협상을 요구할지는 분명하지 않아 보인다.
맥매스터 보좌관이 "내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것이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밝힌 데서 보듯 트럼프의 돌출발언을 수습하는 차원에서 재협상을 언급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드와 관계된 문제, 향후 우리의 국방에 관계된 문제는 (앞으로) 우리의 모든 동맹국들과 할 것과 마찬가지로, 재협상하게 될 것"이라는 발언도 반드시 사드가 아닌 전반적인 방위비 분담 문제를 원론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맥매스터 보좌관의 발언이 사드 비용에 대한 것인지, 방위비 분담금 등 동맹국과의 부담 공유 전반에 대해 말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사드 비용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일 "사드 비용 분담 문제는 한미 합의 사항이고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규정에 명시돼 있다"며 "재협상할 사안이 될 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사드 비용 재협상을 거부하면 미국이 방위비분담금 협상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고리로 우리를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한국의 새 정부가 재협상을 거부할 경우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겠다고 매우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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