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북한 도발' 우려 고조…트럼프, 아세안 정상과 통화 이어 외무장관 초청 회담도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북한의 핵 위협 사정권 안에 들어 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아세안은 북한이 보내온 공식 지지 요청을 뿌리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압박 전략의 주요 파트너로도 부상할 조짐을 보여 주목된다.
1일(현지시간) 동남아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쁘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각각 통화해 북한의 핵 위협 등에 대해 논의하고, 이들을 각각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는 올해 아세안 의장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전화외교를 하면서 북한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역시 방문 요청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는 "북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통화였다. 북한에 대한 외교·경제적 압박을 유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들과 '북한의 위협' 문제를 논의한 것은 이례적이다.
과거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동남아 국가들이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벌어진 김정남 암살 사건과 잇따른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멀지 않은 위협'으로 인식하고 북한에 대해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로 아세안은 주말에 열린 정상회의에 한반도 긴장 고조 문제를 정식 의제로 채택했고, 전날 발표한 의장성명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과 자제력 발휘를 촉구했다.
현지 언론은 아세안이 이번 의장성명을 통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비난하면서 '핵 재앙을 막기 위해 자신들을 지지해달라'는 북한 리용호 외무상의 공식 요청을 사실상 뿌리친 셈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태국 쭐라롱껀대 부속 전략국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이자 일간 더 네이션의 발행인인 카비 쫑낏타본은 칼럼을 통해 "북한은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 날 아세안 회원국 도시를 사정권에 둔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위협을 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지를 요청했다"고 비난했다.
또 그는 "북한이 아세안 회원국과 친선관계를 회복하려면 우선 김정남 암살사건을 둘러싸고 말레이시아와 쌓인 앙금을 풀고, 핵무장 야욕을 포기할 것이라는 약속과 함께 동아시아에서 우선 신뢰관계 구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동남아 국가들이 북한의 도발을 큰 위협으로 간주하고 미국의 대북 정책에 동조하는 가운데,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이달 초 아세안 국무장관들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회담할 예정이다.
따라서 과거 북한에서 점차 멀어지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포함한 미국의 대북압박 강화 방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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