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앗아가는 추억' 학교 운동회 줄줄이 취소

입력 2017-05-01 11:37   수정 2017-05-0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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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앗아가는 추억' 학교 운동회 줄줄이 취소

실내활동으로 대체·연기…'운동장 계주→체육관 민속놀이' 대체

미세먼지 '나쁨'에 운동회 강행도…"주의보 없으면 학교장 판단"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갈수록 악화하는 미세먼지가 학창시절 추억까지 앗아가고 있다.

근로자의 날인 1일을 맞아 상당수 초등학교가 운동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주말 사이 심해진 미세먼지 농도로 일정을 취소하거나 프로그램을 대체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A초등학교는 이날 아침 학부모들에게 긴급 연락을 돌렸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의 수준을 보여 운동장에서 진행하기로 한 운동회를 실내 강당과 교실에서 하는 것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학년별 계주와 같은 일부 단체 경기는 모두 취소됐고 대신 강당과 교실에서 민속놀이를 하기로 했다.

파주시 B초등학교 역시 이날 오전 8시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한 뒤 운동회 프로그램을 전면 실내활동으로 대체했다.

체육관 마저 없어서 시청각실과 다목적 강당에서 연극관람, 전통놀이를 준비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경기도 권역별 미세먼지(PM10) 농도는 89∼129㎍/㎥,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59∼90㎍/㎥를 보여 모두 '나쁨' 수준이었다.

용인교육청 관계자는 "요즘 학부모가 많이 참석할 수 있는 날인 근로자의 날에 운동회, 소규모 체육대회를 개최하는 학교가 많은데 오늘 아침 미세먼지가 나빠 학교별로 일정을 연기, 변경, 대체하는 곳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 악화가 학사일정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상당수 학교는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고려, 학교 운동회 등 야외활동을 계획할 때 미세먼지가 심할 경우 대체 프로그램 등 '2안'까지 수립하고 있다.







B초교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운동장에서 체육대회 했는데, 올해는 교육 당국의 지침도 있고 해서 프로그램을 만들 때부터 야외와 실내활동 2가지 방향으로 운동회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운동회를 기다려 온 학생들이 실망한 모습을 보는 게 안타깝다"며 "그래도 건강과 안전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나쁨'을 보인 이 날 일부 학교에선 계획대로 운동회를 강행해 학부모 반발을 사기도 했다.

도교육청 지침상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가 내려지지 않는 한 학교의 야외활동은 학교장 판단 영역이라 학교마다 저마다 다른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 학생안전과 관계자는 "오늘 아침 학교가 운동회를 한다는 학부모 민원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도교육청은 미세먼지가 나쁜 날 지역교육청과 학교 내 미세먼지 담당자에게 '야외활동 자제'를 권고하고 있으나 그 판단은 학교장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공기정화장치 등 별다른 조처 없이 많은 학생이 밀폐된 공간에서 체육 활동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없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항의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정책기획관, 체육건강교육과, 학생안전과 등 관련 부서 간 TF팀을 만들어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young8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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