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주한 것처럼 기부 약정서 허위 작성…남편과도 이혼하게 해
(화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여성 신도를 꼬드겨 전 재산을 털어 땅을 사게 한 뒤 그 땅을 시주받은 것처럼 기부 약정서를 허위로 작성, 땅을 편취한 50대 승려가 경찰에 붙잡혔다.
강원 화천경찰서는 사기 및 사문서위조 혐의로 모 사찰 승려 A(55)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5월 초께 화천에 사는 신도 B(58·여)씨에게 접근,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의 토지 3필지(26만4천㎡)를 3억원에 매입하게 한 뒤 이 중 2필지를 B 씨 몰래 자신 명의로 소유권 이전해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3필지의 토지를 모두 자신 명의로 하려 했으나 B씨가 대출을 받기 위해 1필지를 근저당 설정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1필지는 B씨 아들 명의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1필지에 대해서는 사기 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특히 A씨는 B씨가 소유권 이전한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될 때를 대비, 그해 3월 23일과 25일 B씨가 자신에게 3억원을 기부한 것처럼 꾸미려고 허위 '기부 약정서'를 작성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허위 기부 약정서 작성도 치밀하고 교묘한 수법으로 이뤄졌다.
당시 A씨는 B씨에게 신도 가입서 작성을 이유로 백지에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쓰게 하고 지장을 찍게 한 뒤 B씨 몰래 이 문서에 자신의 자필로 '2억원과 1억원을 각각 기부한다'는 내용의 기부 약정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라 B씨의 남편이 땅 문제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려고 남편과 이혼하도록 부추기기까지 했다. 실제로 B씨는 이듬해인 2016년 12월 이혼했다.
A씨는 사찰 건립과 운영비 명목으로 1억6천만원 상당의 빚을 지자 이를 갚으려고 신도인 B씨에게 접근해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지난 2년여간 A씨에게 땅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지 지난 3월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자신의 시나리오대로 경찰에서 B씨가 시주한 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의 치밀한 수사로 범죄 혐의가 드러나자 수사 착수 4일 만에 편취한 토지를 B씨에게 반환했다.
경찰은 "자신의 채무 변제를 위해 신도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치밀하고 악의적인 범행"이라며 "종교인에게 속아 2년간 전 재산을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피해자 B씨의 눈물이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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