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사실로 호도" 비판에 NYT "다른 견해도 존중해야" 반박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변화이론 부인으로 미국이 시끄러운 가운데 뉴욕타임스(NYT)에 이 이론의 오류 가능성이 있음을 주장하는 칼럼이 게재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오피니언 난 편집 부책임자를 지낸 브렛 스티븐스는 NYT 4월 30일 자에 자신의 이 신문 데뷔 칼럼을 실었다.
스티븐스는 힐러리 클린턴이 여론조사결과 등의 데이터에 의존했으나 예측 데이터가 잘못됨에 따라 대선에 실패한 사실을 들면서 기후변화이론에 입각한 정책의 지지자들도 여기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말로 글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는 데이터가 권위를 전달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면서 "그러나 권위가 확신으로 전락하고, 확신이 자만심을 낳는 사례가 매우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학에 대한 맹신은 과학 정신에 대한 비방"이라며 여러 보고서를 보면 지구 온난화와 인간의 영향은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이긴 하지만 기후변화이론에도 언제든 오류가 있음이 입증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태도는 기후변화로 초래될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오류 가능성을 정직하게 인정하자는 것이라며 "평범한 시민들도 압도적인 과학주의에 대해 회의를 품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칼럼이 실리자 많은 환경운동가와 기후변화 전문가들이 비판과 분노의 글을 타 매체와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쏟아냈으며 일부는 NYT 구독을 끊겠다고 밝혔다.
독일 포츠담대학 기후학자 스테판 람스토르프 교수는 NYT에 서한을 보내 "스티븐스의 견해는 모든 증거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화석연료업계의 자금지원을 받는 여러 싱크탱크가 확산시켜온 허위사실을 단순 반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에릭 웸플은 이 칼럼이 유권자 성향 분석과 기후과학을 동일시하면서 갑자기 기후이론에도 여론조사와 마찬가지의 취약점이 있을 수 있다고 비약한 데다 기후변화론 지지자들과 관련 정책을 근거 없이 비난했다고 주장했다.
웸플은 "게다가 이 칼럼은 '정치권력과 결혼한 과학의 잘못들이라는 인간의 잔해물들로 역사가 어지럽혀져 있음을 평범한 시민들은 알고 있으며 환경주의자들도 모두 이를 깨달아야 한다'는 말로 마치 박식한 칼럼처럼 보이게 꾸몄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스티븐스는 칼럼은 "기후변화 이론 지지자들이 설득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것"이었다고 CNN머니에 해명했다.
그는 "나는 기후과학의 전문가는 아니며 지구가 더워지고 있고 아마도 매우 위험하다는 것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나 자신이 결코 틀리지 않을 수 없듯이 인간은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말하려는 요점"이라고 주장했다.
NYT의 딘 바케이 편집국장은 스티븐스를 기용한 것은 그의 (남과 다른) 의견 때문이라며 "다른 견해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는 교훈을 지난 선거에서 얻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
반면 기후변화 전문가인 조 롬 박사는 스티븐스가 이번 주 인터넷매체 복스(Vox)와 한 인터뷰에서 한 발언을 들며 스티븐스가 억지 주장을 하는 극단적 기후변화이론 반대론자임을 상기시켰다.
스티븐스는 이 인터뷰에서 아기가 하나 있는 한 젊은 열렬한 환경주의자를 자신이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향후 기후변화가 악화해 묵시록적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아기를 갖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를 믿음과 행동이 배치되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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