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미협상 통로 찾으려 '러시아 카드' 만지작

입력 2017-05-01 16:36  

北, 대미협상 통로 찾으려 '러시아 카드' 만지작

美담당 한성렬 부상, 러시아 대사 면담 주목

불편해진 중국 대신 러시아 창구 활용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강력한 대북압박이 향후 협상 국면으로 연결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북한이 러시아를 의사 전달의 '통로'로 활용하려고 하는 정황이 나타나 눈길을 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0일 북한 외무성의 한성렬 미국 담당 부상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를 만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한성렬 부상은 미국이 벌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합동군사연습과 전략자산 증강 책동'이 정세 격화의 근원이라며 핵 억제력 강화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측은 '이해'를 표시하고 "조선반도 정세가 하루빨리 완화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고 중앙통신은 주장했다.

다만, 마체고라 대사는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에는 "자제력(restraint)을 보이고 역내 긴장을 고조시킬 행동을 삼갈 것을 북한 카운터파트에 요구했다"고 말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1일 보도했다.

북·러 언론이 보도한 한성렬과 마체고라 대사의 면담 내용은 양측이 그동안 밝혀 온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의 대미관계, 나아가 핵 문제를 담당하는 핵심 당국자인 한성렬이 러시아 대사를 만났다는 점에서 이번 면담은 주목할 만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과 미국, 중국 등이 북핵 문제의 해결 방향과 향후 대화 재개 시 협상의 성격 등을 둘러싸고 본격적인 '기싸움'에 들어간 가운데,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유관국에 전달하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북한의 '혈맹'인 중국은 지난달 초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대북제재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며 눈에 띄게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북·중 관계에 '파국적 후과'를 각오하라며(4월 21일 조선중앙통신 논평) 강력하게 반발하는 등 양국 관계가 크게 경색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비교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러시아가 향후 협상 재개를 위한 물밑 움직임이 벌어질 경우 '중간자'적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핵 장관급 회의에서도 러시아 대표로 참석한 겐나디 가틸로프 외무차관은 "한반도 핵문제를 제재와 북한에 대한 압박만으로 해결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가틸로프 차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는 중국의 '쌍중단'(雙中斷) 구상 등에 주의를 기울일 만하다며 "북한 지도부와 연락 채널을 찾아 그들을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한 실질적 대화로 나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도 최근 트럼프 정부의 시리아 공습 등으로 미국과 관계가 서먹해진 상태여서, 대북 영향력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외교적 공간 확보에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가 지난달 북한의 실패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언론 성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제동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의 시리아 공습 여파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당시 제기된 바 있다.

다만, 여전히 북한은 핵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 올릴 대상이 아니라며 최고 수뇌부의 결심에 따라 '핵무력 고도화 조치'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어 러시아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현재의 기싸움 국면이 실제 접점 마련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kimhyo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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