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개헌안 초안 그대로 제안할 생각 없어"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일 "헌법 개정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중요한) 단락이 되는 올해에 반드시 역사적 한 걸음을 내디딜 것"이라고 말했다.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오는 3일 헌법기념일을 앞두고 이날 도쿄(東京)에서 개헌을 추진하는 초당파 의원들로 구성된 '신헌법제정의원동맹' 모임에 참석해 "이상적인 헌법의 구체적 모습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하는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헌법에 손가락 하나 대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제 헌법을 불멸의 대법전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매우 소수"라며 "드디어 때가 무르익었고 요구되는 것은 개헌을 향한 구체적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헌이냐 호헌이냐 하는 추상적이고 무익한 논의에서 졸업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자민당은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총재 시절에 개헌안 초안을 마련해 국민에게 제시했지만 이를 그대로 제안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집권 자민당은 2012년에 헌법 9조 개정과 함께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개편하는 등 군국주의를 연상시키는 내용을 담은 개헌안 초안을 내놓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가 이에 반발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아무리 훌륭한 방안도 중·참의원에서 (의석) 3분의 2를 형성하지 못하면 말만으로 끝나고 만다"며 "나아가 국민 투표로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하면 헌법 개정은 실현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자민당이 실현 가능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국회 헌법심사회에서 주도해 갈 것을 주문했다.
이날 발언은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변신을 꾀하며 기회 있을 때마다 개헌 추진 의사를 밝혀온 아베 총리가 강력한 의지를 재차 표명한 것이다.
특히 올해가 일본 헌법 시행 70주년을 맞았다는 점에서 개헌에 필요한 여론을 조성함과 동시에 초당파 의원들에게 구체적 움직임을 촉구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헌법 시행 70주년 기념식'에서도 "헌법은 국가의 이상적인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새로운 시대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월 20일 국회 시정연설에선 "올해는 국회 헌법심사회에서 구체적인 개헌 논의를 심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 아들·손자·미래를 살아갈 세대를 위해, 다음의 70년을 위해, 일본을 어떤 나라로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안을 국민에 보여달라"고 말했다.
신헌법제정의원동맹 회장을 맡고 있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도 이날 모임에서 "현행 헌법은 우리 생활에 풍요로움을 가져왔지만, 헌법의 결함과 동시에 여러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각 정당이 개헌 논의를 활발히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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