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동절 집회 장소로 불허…광장 폐쇄하고 연결도로 교통 통제
노동계 "정부, 노동계에 귀닫아"…경찰, '쿠르드 구호' 시위대 연행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매년 대규모 노동절 행사가 열린 터키 '시민운동의 상징' 탁심광장이 올해는 텅 비었다.
1일(현지시간) 이스탄불 경찰은 탁심광장을 빙 둘러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시민과 관광객의 통행을 막았다.
평소 인파와 노점상으로 붐비는 광장 한가운데는 비둘기 무리만 오르내렸다.
탁심광장으로 연결되는 주요 도로와 간선도로는 약 3㎞ 밖에서부터 차량 통행이 제한됐다.
도심 상공에는 수시로 헬기가 선회했다.
작년까지 매년 노동절에 탁심광장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그러나 개헌 국민투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맞이한 이번 노동절에는 탁심광장이 완전히 폐쇄됐다.
터키 내무부는 지난달 24일 탁심광장에서 노동절 집회를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노동부는 안전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터키 노동절 행진이 탁심광장에서 열리지 못한 것은 40년만에 처음이다. 탁심광장이 터키 노동계층과 좌파 집회의 중심이 된 계기가 바로 1977년 노동절 집회다. 당시 극우세력으로 의심되는 이들의 총격에 34명이 탁심광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탁심광장 집회를 신청했다 거절당한 터키 노동계는 정부 결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터키노동조합연맹(DISK)의 카니 베코 위원장은 탁심광장 집회 불허 결정 직후 "전세계적으로 메이데이에는 노동자들이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의견과 바람을 개진한다"면서 "터키정부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장소를 지정했다"고 말했다.
베코 위원장은 "정부가 집회 제한으로 메이데이 행사에 그늘을 드리웠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통제에도 이날 오전 시민 수십명이 탁심광장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려다 경찰에 연행됐다.
당국의 허가를 받은 집회는 이스탄불 유럽쪽 남부 바크르쾨이에서 열렸다.
집회는 큰 충돌 없이 전개됐으나, 행사장 곳곳에 배치된 경찰은 참가자들의 현수막과 구호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일부 시위대는 개헌 반대를 연상시키는 구호가 적인 손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쿠르드계 탄압 반대 선전물을 들고 행진하려던 시위대는 그 자리에서 경찰에 끌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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