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인권 문제를 염두에 두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지도자 초청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군부가 통치하면서 인권 문제로 미국과 갈등해온 태국은 기대에 차 있다.
2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쁘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는 전날 새벽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미국 방문 요청을 수락했다.
그 뿐만 아니라 쁘라윳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태국 방문을 요청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태국 정부 관리들이 전했다.
태국 총리가 미국의 공식 방문 요청을 받은 것은 지난 2006년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 친나왓 정권을 무너뜨린 이후 처음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4년 현 군부가 잉락 친나왓 정부를 축출하고 집권하자, 태국에 대한 원조와 군사협력 중단을 선언한 채 민정복원과 인권 개선을 압박해왔다.
이 때문에 쁘라윳 총리는 그동안 유엔총회와 미-아세안 정상회의 등 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고도, 백악관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태국의 민정 이양이나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채 총리 초청 의사를 밝히자 태국 군부는 양국 관계가 복원될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태국 정부 부대변인인 워라촌 수꼰다파티팍 중장은 "쁘라윳 총리는 태국과 미국의 184년 관계를 강조하면서 모든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또한 총리는 역내 평화와 안보 유지에 관한 미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미국의 대태국 전략의 초점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빠니탄 와타나야꼰 쭐라롱껀대 정치학과 강사는 "과거 미국 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초점을 맞췄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 대태국 정책의 변화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압박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주태국 미국대사는 지난 주말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기 직전 쁘라윳 총리를 면담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해소를 위한 태국의 협력을 요청한 바 있다.
또 트럼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관한 전반적인 전략의 틀을 새로 짜기 위해 아시아 국가, 특히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탐마삿대학의 아세안연구소장인 쁘라팟 텝차트리 교수는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한편,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 전반적인 전략을 조심스럽게 재편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아시아 국가, 특히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하라는 충고를 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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