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입장 등 평행선…독일 '트럼프 카드' 꺼내나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내전, 서유럽 국가에 대한 정치 개입 의혹 등으로 독일을 비롯한 유럽과 러시아 간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이에 따라 2년 만에 성사되는 이번 회담이 양국 간 긴장완화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독일 정부의 러시아 특사인 게르노트 에를러는 "진행 상황에 대해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 푸틴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 모두 자신의 입장을 확신하고 있다"며 주요 현안에 대한 양국의 견해차를 좁히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일단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후 대 러시아 제재에 앞장선 메르켈 총리는 이번에 '트럼프 카드'를 내세워 푸틴 대통령을 설득할 전망이다.
독일 총리 외교자문위원회 소속 러시아 전문가인 슈테판 마이스터는 "시리아에서의 군사활동 같은 러시아의 호전적 행동이 미 정부를 '위험한 방식'으로 대응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연합(EU)이 생각보다 강하며 최근 서유럽에서 다시 친 EU 조짐이 나타난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아래 미 정부의 움직임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러시아 내부에선 아직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하지 못한 푸틴 대통령이 지난 3월 먼저 워싱턴을 방문한 메르켈 총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더 깊이 알게 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 한때 미·러 간 밀월관계가 펼쳐지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있었으나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사퇴하면서 양국 간 관계가 악화일로에 있어서다.
러시아 외교국방정책위원회의 표도르 루키아노프 위원장은 "미국 언론이 우리의 꼭두각시처럼 묘사한 인물이 백악관을 차지한 이후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좀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독일 정부의 관심사에선 벗어나 있다.
독일 정부의 한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정보 공유는 "러시아 정부의 의제에는 있는지 몰라도 우리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 밖에 7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과 에너지, 경제협력 등도 양국 정상의 의제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과거 동독지역에서 성장한 메르켈 총리는 러시아어에 능통하며 KGB 요원으로 동독 드레스덴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푸틴 대통령도 독일어 실력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수준이어서 언어로 인한 소통 문제는 없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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