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 모드' 예상…시장충격 때문에 순조롭지 않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보유자산을 축소하되 시장에 미칠 충격을 우려해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일 보도했다.
연준은 2일부터 이틀 동안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자산을 축소할지를 깊이 있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위원들은 연준이 올해 하반기에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의 보유 규모를 줄이는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재닛 옐런 의장은 내년 1월 연임을 하지 못한다면 퇴임 이전에 자산 축소의 틀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월 14일 의회에서 연준의 자산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옐런 의장은 다만 자산을 축소하더라도 예측 가능한 방식을 원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3월 FOMC에서도 대부분의 위원은 자산 축소가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연준이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는 것은 2013년 섣불리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한 탓으로 시장에 충격을 준 이른바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이 재발할 가능성을 예민하게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반응은 아직까지는 평온한 편이어서 연준 측은 큰 어려움이 없이 자산 축소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연준 관계자들은 발 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자산 축소를 감안하고 움직이고 있어 실제 자산 축소가 시작되더라도 시장의 반응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연준의 보유 자산이 유례없이 비대한 수준으로 불어나 있어 자산 축소 과정이 옐런 의장과 FOMC위원들이 예상한 것보다는 순조롭지 않을지도 모른다.
연준은 양적완화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보유 자산을 3조5천억 달러 가량 늘려 현재 보유 자산은 미국 국채 2조5천억 달러, MBS 1조8천억 달러를 포함해 4조5천억 달러(약 5천80조원)에 이른다.
1조5천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는 핌코의 리처드 클라리다 글로벌 전략 고문은 연준의 보유 자산이 이처럼 막대한 점을 지적하면서 "우리는 자산 축소가 어떻게 진행될지 사실상 모른다"고 말했다.
일부 연준 관측통들은 재무부의 국채 발행 계획이 연준의 자산 축소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준이 보유하는 국채의 만기를 연장하지 않는 식으로 털어낸다면 재무부도 정부 재원을 충당할 국채 발행에 변화를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3일 실시하는 분기별 국채 경매에서 재무부의 향후 행보를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 있을지 모른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만기가 50년인 초장기 국채를 발행할 가능성을 이미 언급한 바 있다.
뱅가드 그룹에서 미국 국채 거래를 책임지고 있는 젬마 라이트 캐스패리어스는 재무부가 연준의 자산 축소에 맞춰 4분기에 50년짜리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일리 있는 선택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재무부가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한다고 해도 단기 금리는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장기물을 발행하기로 한다면 국채와 회사채, 모기지 금리에는 상승 압력을 가할 것이다.
연준은 1조8천억 달러 규모의 MBS를 대폭 줄이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 과정도 쉽지는 않다.
핌코의 클라리다 고문은 주택 보유자들이 모기지를 바꾸거나 차환한다면 예상외로 이른 시기에 만기가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연준이 예측 가능한 자산 축소를 원한다면 시장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출신의 에릭 스완슨 캘리포니아 주립 어바인 대학 교수는 자산 축소가 순조롭게 진행되든, 않든 간에 자산 축소의 궁극적 규모는 연준의 통제에서 벗어난 글로벌 현금 수요에 의해 부분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연준이 자산 축소 규모를 명확히 하는 것이 좋지만 그럴 수는 없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연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최소 3배 많은 자산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자산 축소 규모는 일부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만큼 급진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자산 축소를 깊이 있게 논의한다는 소식에도 시장이 동요하지 않는 것은 축소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풍부한 유동성을 요구하는 쪽으로 규제가 강화되면서 금융기관들은 연준에 더 많은 초과준비금을 예치하고 있고 안전자산 보유도 대폭 늘렸다.
연준이 준비금만으로 기준 금리를 결정하는 옛 시스템으로 복귀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비친다는 점도 자산의 축소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또다른 배경이다.
벤 버냉키 연준 전 의장은 연준의 준비금이 1조 달러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코너스톤 매크로의 로베르토 페를리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 연준의 준비금이 최소 5천억 달러 선은 유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런 요인들을 감안해 상당수의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자산 축소가 마무리된다면 결국 3조 달러나 그보다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jsm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