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상징' 핵심설비, 작업반경 겹칠 때 '신호' 문제 있었던 듯
(거제=연합뉴스) 이정훈 김선경 기자 = 6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사고는 골리앗 크레인과 타워 크레인이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크레인은 조선소를 상징하는 핵심 설비다.
선박 건조, 해양플랜트 제작 작업 대부분이 크레인 힘을 빌려 이뤄진다.
레일을 따라 앞뒤로 직선으로 움직이는 골리앗 크레인은 수백∼수천t이 나가는 블록이나 모듈을 들어올려 선박, 해양 플랜트에 탑재할 때 주로 쓴다.
타워 크레인은 골리앗 크레인 근처에서 용접기 등 생산 설비를 나르거나 자재, 파이프 등을 옮기는 역할을 한다.
타워 크레인 자체는 움직이지 않고 수평으로 길게 뻗은 붐대가 360도 회전하면서 중량물을 옮긴다.
크레인 끼리 옆에 있다보니 작동중에 작업반경이 겹칠 때가 하루에도 수십 차례나 발생한다.
안전보건공단 등에 따르면 크레인을 운용할 때 추락·낙하를 방지하도록 하는 포괄적인 안전수칙이 있지만 전체 조선소에 공통적으로 적용가능한 세부적인 안전수칙은 없다.
사업장(조선소) 마다 규모, 설비 등이 천차만별이어서 동일한 안전수칙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세부적인 크레인 안전수칙은 사업주가 별도로 계획을 세워서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2일 사고현장을 언론에 공개하기에 앞서 "크레인 신호수와 운전수간 신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사고가 난 것 같다"고 자체 진단을 했다.
조선소마다 크레인 조작 사고가 나지 않도록 안전 규정을 별도로 갖추고 모든 작동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크레인 기사와 신호수들은 공통 주파수를 쓰는 무전기로 상대방 크레인 작동 현황을 파악한다.
크레인 기사들은 무전기로 들리는 신호수 지시에 따라 크레인을 작동하거나 정지시킨다.
골리앗 크레인이 움직인다는 무전이 들리면 타워 크레인이 작동을 멈추거나 골리앗 크레인 작동범위 밖으로 타워 크레인 붐대를 빼내는 식이다.
이날 회사측 사고 원인 진단이나 경찰 수사본부 브리핑 내용 등을 종합해보면 이번 사고는 일단 크레인 작동 신호 교환에 문제가 생겨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전날 두 크레인 기사와 신호수 등 12명을 불러 진행한 1차 조사에서 이런 정황을 확인할 수 있는 진술들을 확보했다.
다소 엇갈리는 부분도 있지만 경찰이 진술을 통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먼저 골리앗 주 신호수와 보조 신호수는 "골리앗이 이동해야 하니 붐대를 낮춰 달라"고 타워 크레인 기사에게 전달했다.
타워 크레인 기사는 이를 타워크레인 신호수에게 전달했지만, 신호수는 "고철통을 올리는 작업을 먼저한 뒤 붐대를 낮추겠다"고 무전했다.
경찰은 이 때 연락을 받은 타워 크레인 기사가 골리앗 측에 작업 뒤 붐대를 낮추겠다는 무전을 해야 했지만, 이를 누락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무전이 누락됐더라도 골리앗 신호수들이 현장을 보고서 타워 붐대가 낮춰지지 않은 부분을 알려 정지 지시를 내려야 했지만 그러지 않은 것으로도 봤다.
골리앗 기사 역시 진행 방향인 앞에 놓여 있던 붐대를 보고 정지를 해야 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대로 진행하다가 사고로 연결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수사본부 브리핑을 통해서도 사고 원인으로 작업자 부주의에 무게를 실은 바 있다.
조선 종사자들은 이번 사고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형조선소 한 부장급 직원은 "대형 중량물을 다루는 조선소는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안전 확보가 필수적이다"면서 "조선소에서 20년 훨씬 넘게 일했지만 이런 사고는 처음 겪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 사고가 안전 규정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거나 작업시스템에 원천적인 문제가 있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형조선소 차장급 직원 역시 "크레인을 조작하는 과정에서 안전규정을 철저히 지켰는지, 조작 실수가 없었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사고현장에 있었던 삼성중공업 한 직원은 "크레인이 움직이는 속도가 느린데 충돌상황까지 아무도 못보고 막지 못했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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