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치부, 이라크 참전 결정 등 걸림돌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10년 만에 일선 정계 복귀를 선언하고 나섰으나 매스컴 등 영국 내 반응은 냉담하다.
좌파 이념 지향에서 중도노선을 표방한 이른바 제3의 길로 노동당을 부활시킨 공적만큼이나 노동당을 '추락시킨' 장본인이라는 비판 등 정치적 재기 가능성에 회의적 반응들이다.
블레어 전 총리는 지난 1997년 영국 의정 사상 최대 승리를 거두며 43세 연소 총리로 각광을 받았다.
노동당을 고질적인 좌파 이념 논쟁으로부터 끌어내 중도적 노선을 택함으로써 영국 정계는 물론 국제정치적으로도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3번의 총리직을 연임한 블레어 전 총리는 그러나 집권 후반기 이라크 참전 등 대외정책에서 잇따른 실정으로 비난에 직면하면서 결국 2007년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이후 행적은 주로 지탄받는 국제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등 권력과 자본 지향적인 행보를 보여 진보 정치인답지 않은 행보라는 구설에 올랐다.
마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퇴임 후 고액 연설 논란으로 진보진영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과 유사하다.
블레어 전 총리에 대한 세간의 평을 감안한 듯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 1일 사설을 통해 블레어 전 총리의 정계 복귀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중도좌파의 구세주를 자임하고 나섰지만 말 뿐이고 궂은일을 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81년 노동당 내 중도파이던 정치인 로이 젠킨스는 당 지도부의 좌파 이념편향 노선에 실망해 당을 뛰쳐나와 사민당(SDP)을 결성하고 이듬해 유명한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의회로 복귀한다.
젠킨스는 블레어 전 총리에게 '위대한 멘토'였다. 1977년 노동당의 대승은 SDP가 그 씨앗을 뿌린 격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텔레그래프는 블레어 전 총리에게 진정으로 중도좌파를 부활시킬 의향이라면 좌파 편향적인 제러미 코빈 대표의 노동당에서 뛰쳐나와 젠킨스 처럼 총선에서 독립후보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일간지 더 선도 블레어 전 총리가 새로운 중도정당 설립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해 그가 실제 새 정당을 창설할지 주목된다.
미러도 블레어 총리의 전력을 문제 삼아 정계 복귀에 부정적 전망을 나타냈다. 노동당에 대승을 안겨줬지만, 말년에 노동당이 400만 지지표를 상실한 책임도 이라크 참전 등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민들에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주문하면서 자신은 부자들과 어울렸다면서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부인과의 염문설 등도 거론했다. 무주택자가 늘어나는 사이 총리직 퇴임 후 컨설턴트사를 차려 부동산 제국을 건설함 점도 지적했다.
클레멘트 애틀리나 해럴드 윌슨 등 노동당의 대 정치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며 블레어 전 총리에게는 개인적 탐욕과 이라크전이 내내 따라 다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지난해 정부 이라크 조사위원회로부터 영국의 이라크 참전에 책임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 재판 회부 등의 비판대에 올랐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대외 전쟁 참전 결정이 그의 정계 복귀에 최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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