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외교안보대표, 유엔 인권위 조사 지원 요구했으나 거부 당해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은 2일 미얀마 군경이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대상으로 살인과 성폭행, 고문 등 반(反)인권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과 관련, 유엔 인권이사회가 조사단을 파견하기로 한 결정을 거부했다.
유럽연합(EU)을 방문한 수치 자문역은 이날 브뤼셀에서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대표와 회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 3월 로힝야족에 대한 현지 조사를 결정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수치 자문역은 "우리는 그것(유엔 인권이사회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유엔 인권위의 결의 내용이 실제로 현지에서 벌어진 일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 인권위 결의는)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 있는 두 공동체를 더 분열시키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권고를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수치 자문역은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고, 인권옹호자로서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 미얀마 당국의 로힝야족 탄압에 대해선 침묵을 지킴으로써 명성이 훼손했다.
인권단체들은 미얀마 국경 초소에 대한 공격 이후 한 달여간 진행된 미얀마군의 단속으로 수백 명이 사망했고, 7만5천 명의 로힝야족이 미얀마군의 만행을 피해 인근 방글라데시로 피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치 자문역은 "우리는 그들을 조사했고, 조처했다"면서 자신이나 미얀마당국이 고의로 만행에 눈감았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모게리니 대표는 이날 회담에서 수치 자문역에 유엔 인권위의 조사를 지원하라고 요구했다면서 "조사단 파견 문제는 우리가 합의를 보지 못한 몇 개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유엔 조사단은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단속은 반인륜범죄와 인종청소에 가깝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수치 자문역은 지난달 BBC와의 인터뷰에서도 "인종청소가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bings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