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싱크탱크 '대통령직 인수센터' 데이비드 이글스 소장 인터뷰
"충신 필요하나 '예스맨' 기용 안돼…인수작업 빠를수록 좋아"
"정권 출범초 가장 취약하지만, 할 수 있는 일 할 최상의 시기"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미국의 정권 인수 전문가로 워싱턴 DC 싱크탱크 '대통령직 인수센터'(Center for Presidential Transition) 데이비드 이글스 소장은 3일(현지 시간)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대통령직 인수를 위한 준비는 이뤄져야 하며, 특히 새 정부의 초기 요직 인선과 관련해 "새 대통령은 누구와도 상의해야 하고 특히 과거 정권을 잡았던 야당과도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글스 소장은 이날 워싱턴 DC의 한 호텔에서 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야당이 국정 철학을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폭넓게 인재들을 중용해야 하며, 야당 인사들과 관료 양쪽 모두를 기용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선 캠페인 기간 도왔던 측근들을 새 정부 요직에 중용하는 데 대해서는 "적절한 배합이 필요하다"면서 "신뢰할 수 있는 충신이 필요하지만, 대통령이 하는 모든 일에 '예스'라고 말하는 '예스맨'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이글스 소장은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 캠프에서 '예비 정권인수위'에 참여했고, 조지 W. 부시 정부와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도 행정부에서 일하는 등 미국 내에서도 권력 이양기 정권 인수 문제와 관련한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다음은 이글스 소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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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곧 출범할 새 정부는 정권 인수 기간도 없이 국정을 시작해야 한다. 이런 비상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 통상 대선이 치러지고 정권이 인수되는 기간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정책을 결정해야 할 사람이 불분명한 매우 취약한 시기다. 실질적으로 정권 인수 기간은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도 진행된다. 2001년 미국의 9.11 테러도 조지 부시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이후 행정부 차원에서 정권 인수 기간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을 자리에 배치하고 역할에 적응하고 임무를 수행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정권 인수는 일찍 시작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한국도 후보들은 대선 전에 누군가를 정권 인수에만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대선 6개월 전에 캠프 내에 공식적인 인수위원회가 꾸려진다. 캠프 내 인수위는 정권을 잡는다는 가정하에 인수 작업만 집중한다.
-- 트럼프도 정권 인수팀이 존재했는가.
▲ 어느 대통령 후보 캠프이든 당선인 지원을 위한 부서가 있다. 트럼프팀도 지난해 4월부터 정권 인수팀을 가동했다. 취임 이후에도 가동되고 있다. 정권 인수 기간은 매우 취약하고 정권 인수 작업은 복잡하므로 일찍 시작해야 한다. 미국은 대통령이 임명해야 하는 고위직이 4천 개가 넘는다. 새 대통령은 대부분 이 고위직의 임무가 뭔지 모른다. 새 대통령은 선거 직후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만 이들 자리가 채워진다. 한국 정부에 관료들이 있다. 새 리더십을 맞이하는 데 초점을 맞췄을 것으로 본다. 관료들이 몇 달 앞서 이런 준비를 해야 한다.
-- 총리,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등 요직 인선 시 주의할 점은.
▲ 요직의 역할을 이해하고, 그 역할에 맞는 자격을 갖춘 사람인지 이해하는 게 첫 번째다. 그저 충성스러운 사람, 당선인과 가까웠던 사람을 선택하기는 매우 쉽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요직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 효과적으로 일하는 게 중요하다. 또 그런 요직에 적합한 사람인지, 그 직책에서 기꺼이 역할을 하려고 하는지도 중요하다.
이를 알아내려면 후보에 오른 사람들에게 많은 질문을 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그런 호사를 누릴 시간이 없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대통령이 최고위직을 임명해서, 그들이 준비를 마치고 하루라도 빨리 제 자리를 찾아 일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공식적인 정권 인수 기간은 73일인데 충분치 않다. 정권 인수를 잘하려면 6개월에서 1년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국의 대통령 후보들은 지금 당장 정권 인수 작업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 하지만 이제 대선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 늦긴 했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는 지금이라도 하는 게 낫다. 후보들은 정부 내 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정부 보직은 뭐가 있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라도 빨리 이해해야 한다.
-- '인사(人事)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새 정부가 요직에 사람을 잘못 기용하면 재앙이 될 듯하다. 조언이 있다면.
▲ 인사가 만사라는 말에 동의한다. 인사가 곧 정책이다. 2008년 오바마 전 대통령은 초유의 금융 위기 속에서 취임했다. 재무부 장관은 새 정부 임기 초반 3~4개월 동안 이 문제를 혼자 다뤄야 했다. 한국도 첫 요직에 사람을 빨리 기용하고, 그가 자신의 사람을 빨리 뽑도록 해야 한다.
-- 전임 정부로부터 뭘 인계받아야 하나.
▲ 개방적이면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정부 구조가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정권 인수기간 물러나는 대통령과 새로 들어설 정권이 공존하는 기간이 있지만, 대통령 탄핵에 따라 조기대선이 치러진 한국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관료들이 대통령에 당선될 사람들에 중요한 것들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적재적소에 적합한 인물을 빨리 인선하는 데 이들이 효과적으로 도움을 주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당선인의 공약과 정책을 빨리 이해하고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
-- 속도가 왜 중요한가.
▲정부 출범초 정권 인수 기간은 가장 취약한 시기이지만, 임기 전체로 보면 원하는 일을 해낼 수 있는 최상의 시기이다. 국민이 선거에서 이긴 새 대통령을 존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은 대통령에게 일하도록 허락한다. 이런 시기는 오래가지 않는다. 6개월 정도, 길게는 1년 정도 갈 것이다. 이후엔 국민이 대통령을 지겨워하게 된다.
-- 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등 요직을 임기 시작부터 임명해야 한다는 건가.
▲ 반드시 첫날 임명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최대한 빨리하는 게 좋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성을 보이는 것이다. 권력 공백 없이 권력 이양을 부드럽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기 첫날 인선하는 게 불가능할 수 있지만, 가능한 한 첫날부터 준비돼 있으면 좋다.
-- 측근 기용은 어떻게 보나.
▲ 적절한 배합이 필요하다. 신뢰할 수 있는 충신이 필요하지만, 대통령이 하는 모든 일에 '예스'라고 말하는 '예스맨'은 안 된다. 자질을 갖추고 대통령에게 '노'라고 할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다. 따라서 대통령은 충신과 전문가를 적절히 균형 있게 기용해야 한다. 한쪽으로 쏠리면 정권 초기부터 불신을 받거나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된다. 새 정부팀은 효율적이어야 하고, 잘 협력하면서도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인식과 경험을 가져야 한다. 이는 우리가 미국의 새 정부를 구성할 때도 생각했던 것들이다.
-- 한국의 현 상황에서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와 인사를 상의할 필요가 있나.
▲ 그렇다. 누구와도 상의할 필요가 있고, 특히 과거 정권을 잡았던 야당과는 상의해야 한다. 우리 경험으로 볼 때 선거를 치르는 것과 국가 운영은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대통령은 야당이 국정 철학을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모든 이해 당사자들(stakeholders)을 폭넓게 기용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종종 새 대통령이 야당 인사를 장관직에 임명한다. 장관 등 고위직들도 정부 내에서 다른 시각을 참고하고자 야당 인사들을 쓰기도 한다. 따라서 한국의 새 대통령은 야당 인사들과 관료 양쪽 모두를 기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면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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