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권용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파격적인 법인세 감면계획이 주요 경쟁 상대국인 중국 경제에 연쇄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어서 중국 당국과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법인세 인하가 향후 중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부추길 것이라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양국이 경쟁적으로 최저세율 도입에 나설 경우 자칫 '세금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어 중국 정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법인세 인하 발표를 계기로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세 부담률에 짓눌리는 중국기업들의 현실을 지적하며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법인세 세율이 25%로 미국(35%)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부가세 17%를 포함해 미국기업들이 부담하지 않는 각종 세금과 비용 등의 부담을 떠안고 있다.
여기에 임금의 40∼100%에 달하는 사회복지보험료와 임금세까지 포함할 경우 기업들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실제 세계은행의 작년 자료에 따르면 중국기업들의 전체 세금부담은 이익의 68%로 미국(44%)보다 높게 나타나는 등 주요 경제국가들 가운데 최고 수준을 보인다.
국유기업들을 비롯한 상당수 중국 기업들은 그간 정부의 인센티브를 이용해 지출을 줄여왔지만 최근 성장 둔화에 따른 세수 감소로 정부가 자본통제 강화와 해외투자 억제에 나서는 등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어 기업들의 사업환경은 여의치 않은 상태다.
각종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익률마저 줄어들자 감내하기 어렵다는 기업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투자처를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옮기는 사례도 나타났다.
실제 세계 유수의 자동차업체에 유리제품을 납품하는 중국 푸야오(福耀)글라스의 차오더왕(曹德旺)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미국 오하이오 모레인의 옛 GM공장을 재건하는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배경으로 과도한 세금 문제를 꼽았다.
각종 여신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 국유기업과 달리 영세기업들의 세금 부담은 한층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 베이징의 유니룰경제연구소가 113개 민간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관련 조사에서 응답업체의 87%가 세금 부담이 과도하거나 비교적 높다고 답한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35% 수준인 현행 법인세율을 15%로 파격 인하할 경우 미국기업들과 경쟁하는 중국업체들의 경쟁력은 한층 약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와 재계는 인건비 상승과 토지가격, 성장률 둔화 등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감세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이 지난 4월 기업들의 법인세를 550억 달러 이상 줄여 사업 환경을 개선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도 바로 이런 인식을 배경으로 이뤄졌다.
국무원 자문관인 리우 후안 중국 중앙재경대학 교수는 "중국이 경쟁우위를 상실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세금 부담이 비교적 높다는데 대해서는 이론이 없는 상황"이라고 당시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최저세율 경쟁에 나설 경우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양국이 최저세율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법인세 인하를 계기로 '세금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최근 경고했다.
kk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