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다이아몬드 관련 회의서 대만 대표단 결국 쫓겨나
中 "'하나의 중국' 원칙…주최국 호주가 규정 위반"
(시드니·베이징=연합뉴스) 김기성 김진방 특파원 = 최근 호주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서 중국대표단이 대만 대표단이 참가한 데 불만을 품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고 호주 언론이 3일 보도했다.
지난 1일 호주 퍼스에서 열린 다이아몬드 거래 관련 국제회의인 '킴벌리 프로세스'(Kimberley Process) 개막식 중 중국대표단은 막무가내식으로 소리를 지르며 회의 진행을 가로막았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가 참가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결국,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대만 대표단은 회의장에서 쫓겨났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대표단은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이 소개되고 원주민식 환영행사가 진행되려는 순간 자신들의 앞자리에 놓인 마이크를 이용해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
중국대표단은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한 대만 대표단을 겨냥, 회의장에 공식 초대받지 않은 인사가 있는지 알아야겠다며 회의 진행에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대표단의 항의가 한동안 이어지고 중국 측의 문제 제기가 해결되고 나서야 예정대로 원주민식 환영행사와 비숍 장관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개막 행사 후 이뤄진 한 분과회의에서도 대만 대표가 회의장에서 쫓겨나는 일이 발생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광산기업 경영자들이 모인 회의에서 아프리카 여러 나라 대표가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며 대만 대표단의 참석에 계속 문제를 제기하면서 회의는 차질을 빚었다.
결국, 막후 협상을 통해 대만 대표단이 회의장을 떠나도록 하는 쪽으로 정리되면서 회의는 재개됐다.
호주 외교부 대변인은 호주가 이번 회의의 의장국으로서 선례에 따라 대만 기업을 초청했다며 "중국과 다른 나라 대표단의 반대로 회의 의장이 대만 측 초청을 철회해야만 했다"라고 말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또 "개막 행사에서 계속된 혼란은 유감스러운 일이며, 호주 정부의 우려를 주호주 중국대사에게 전했다"라고 말했다.
현장의 호주 참석자들은 개막식에서 비숍 장관을 앞에 두고 중국대표단이 한 행위에 대해 "정말 역겨웠고 놀라웠으며, 아주 부적절했으며 무례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대만의 국제조직 참여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매우 명확하고 일관되다"며 "이는 반드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겅 대변인은 이어 "대만은 킴벌리 프로세스의 정식 회원이 아니고, 참관국도 아니다"며 "만약 참가를 원했다면 미리 양해를 구했어야 한다. 이번 회의의 주최국인 호주가 대만 대표단 초청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관련 규정을 어긴 것이다"고 지적했다.
킴벌리 프로세스는 내전 중인 아프리카 국가에서 채굴돼 불법거래되는 다이아몬드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와 업계 관계자가 참석하는 회의로 2003년 처음 열렸다.
호주에서는 이번에 처음 열렸으며, 대만에는 2007년 옵서버 자격이 부여됐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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