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선수들 "공휴일 오후 2시보다는 5시 경기가 낫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이대호 기자 = 이제 겨우 5월이지만 KBO 리그 10개 구단의 체력싸움은 벌써 시작됐다.
석가탄신일, 어린이날이 낀 이번 황금연휴를 맞아 각 구단은 3일(수요일), 5일(금요일), 7일(일요일) 경기를 낮 2시 경기로 치러야 한다.
그 사이는 평소대로 오후 6시 30분에 시작하는 야간경기다. 이번 주 내내 낮과 밤을 오가야 하는 각 팀은 컨디션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가장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단은 단독 선두 KIA 타이거즈다.
KIA는 4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넥센 히어로즈와 야간경기를 치른 뒤 바로 다음 날 부산에서 낮 2시에 롯데 자이언츠와 격돌한다.
극과 극의 경기 시간에다 긴 이동 거리 등에 따라 자칫 널뛰기할 수 있는 경기력에 김기태 KIA 감독은 노심초사다.
김 감독은 3일 넥센과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를 앞두고 "밤낮으로 야구하는 꼴"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어제도 선수들이 자정이 넘어 숙소로 들어가서 오늘 아침 일찍 나왔다"며 "징검다리 연휴라 컨디션 유지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우리는 내일 경기 끝나고 바로 (늦은 시간에) 부산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 잠실구장에서 NC 다이노스와 홈경기를 치르는 LG 트윈스의 양상문 감독도 "먼 거리를 이동하는 팀들에는 이번 징검다리 연휴가 승부에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 감독은 공휴일을 맞아 경기 시간을 변경한 것 자체는 이해한다면서도 낮 2시 경기보다는 오후 5시 경기가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양 감독은 "차라리 2시 경기를 없애고 5시 경기를 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며 "관중들이 경기장을 방문하기에도 5시가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시 경기는 자외선도 많아서 건강에도 안 좋지 않으냐"고 부연했다.
김경문 NC 감독은 "이번 주가 각 팀에는 체력적으로 고비나 다름없다"며 "선수들에게도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서울의 낮 기온은 30도까지 치솟았다.
김 감독은 더그아웃에 비치된 선풍기를 틀어 열기를 내쫓은 뒤 땀을 뻘뻘 흘리며 훈련 중인 선수들을 안쓰럽게 지켜봤다.
김 감독은 "다들 개막 이후 2~3개월이 지난 뒤부터 체력싸움이 시작된다고 하더니 올해는 개막한 지 한 달밖에 안 지났는데, 체력싸움을 하게 됐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각 팀에 소속된 선수들은 징검다리 연휴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일정이 반갑지 않다.
LG의 이형종은 "컨디션 관리에는 정말 안 좋은 일정"이라며 "하지만 선수들 처지에서는 맞춰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수는 "주 중에는 야간경기에 익숙한 터라 갑자기 낮 경기를 하면 리듬이 흐트러진다"며 "날씨도 더운데, 2시 경기보다는 5시 경기가 낫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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