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나치 시대 '안락사 프로그램'(T4)이란 이름 아래 자행된 장애인 학살 희생자 확인 사업이 추진된다.
독일 공영 국제방송 도이체벨레는 2일(현지시간) 어린이를 포함한 희생자 약 30만 명 중 일부의 뇌(腦)는 연구용으로 건네져 지금도 독일 연구소들에 보관돼 있다며 막스 플랑크 협회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막스 플랑크 협회는 다음 달부터 독일, 오스트리아, 영국, 미국 출신이 함께하는 국제연구팀이 연구용 뇌 표본을 조사하여 특정 희생자와 일치하는지 가려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이를 위해 앞으로 3년 동안 150만 유로(18억5천만 원)를 투입할 방침이다.
현재 정신의학 연구를 위한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만 뇌 표본이 약 2만4천500개 있고, 이 가운데 1천100∼1천200개가 나치의 '안락사 프로그램'에 따른 희생자들의 것으로 추정된다.
오스트리아 빈대학 소속 역사학자 헤르비히 체크는 "뇌 조직이 과학자들에게 넘겨져 희귀한 신경계통 질병을 연구하는 데 기여했다"면서 "그러나 이렇게 연구하는 것은 더는 현대 윤리표준에 맞지 않는다"라고 이번 작업의 배경을 짚었다.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정권은 1939년부터 1941년까지 장애인과 정신질환자 등을 살 가치가 없는 인간으로 간주하여 집단 살해했다. 나치의 이 만행은 유대인 600만 대학살을 뜻하는 홀로코스트에 앞서 시작됐다.
독일 연방정부와 베를린시정부는 2014년 9월 티어가르텐 공원에 24m 길이의 희생자 추모 유리 조형물을 세웠다. 안락사 프로그램 이름으로 사용된 T4는 이 프로그램 실행지휘부 사무실이 있던 티어가르텐 거리 4번지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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