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 "터키, EU기준서 멀어져"…에르도안 "진행 안 되면 우리가 중단"
"佛·獨, 터키 EU 수용 대신 무역·안보협정 모색" 외신 보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가 수십년간 추진한 유럽연합(EU) 일원의 꿈을 공식적으로 포기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최근 EU와 터키의 지도자들은 가입협상이 더는 진행될 수 없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다.
![](https://img.yonhapnews.co.kr/photo/etc/epa/2013/10/23//PEP20131023106401034_P2.jpg)
그간 이런저런 이유로 가입 절차 진행에 소극적으로 임한 EU는 터키의 악화한 인권·민주주의를 이유로 터키 합류에 더욱 부정적으로 변했다.
EU 가입협상을 담당하는 요하네스 한 EU 집행위원은 2일(현지시간) 몰타에서 열린 EU 외교장관회의 후 외신과 인터뷰에서 "적어도 현재로는, 터키가 유럽의 기준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점을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터키가 EU 가입에 등을 돌렸다"고 진단했다.
한 집행위원은 이어 "EU·터키 관계의 초점은 (EU 가입이 아니라) 다른 것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EU를 주도하는 독일은 대외적으로 가입협상 결렬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EU가, 독일과 프랑스 주도로, 터키와 새로운 무역·안보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한 집행위원은 지난달 29일 인터뷰에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터키와 어떤 형태의 협력을 시작할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해 EU 가입을 대체할 형태의 EU·터키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ttp://img.yonhapnews.co.kr/photo/etc/epa/2017/05/02//PEP20170502125101034_P2.jpg)
앞서 유럽평의회 의회협의체는 터키의 인권·민주주의·법치 후퇴를 이유로 가입절차를 중단하라고 EU 집행위원회에 촉구했다. EU 각국 의원들은 터키의 민주주의 수준이 EU 회원국은커녕 가입 후보국에도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터키 역시 EU 가입 추진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반복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일 '정의개발당'(AKP) 복귀 행사에서 "EU가 가입절차를 진행시키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다"면서 "절차를 진행시키지 않는다면 결별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는 EU의 문지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인도 언론과 인터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EU 가입협상 중단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의하는 방안을 시사했다.
EU와 터키는 이달 24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터키는 1987년 당시 유럽공동체에 가입신청서를 냈다. 이후 EU 기준에 맞추려고 각종 제도개혁을 단행했다. 1984년을 끝으로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고, 2004년에 사형제를 폐지한 게 대표적이다.
가입협상은 2005년 공식적으로 시작됐지만 10여 년간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