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군복무·해외근무…"대신 꽃 달아드려요"

입력 2017-05-07 07:30   수정 2017-05-07 17:01

어버이날 군복무·해외근무…"대신 꽃 달아드려요"

'응답하라의정부'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 함효범씨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군 복무나 해외근무로 어버이날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는 청년들을 대신해 카네이션 무료 전달 이벤트를 벌이는 20대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경기도 의정부지역의 정보 공유 페이스북 페이지인 '응답하라의정부'의 운영자 함효범(28)씨.

함씨는 지난 2일부터 "의정부의 아들·딸이 되어 드립니다"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뒤 사연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부모님께 보내고 싶은 메시지와 사연을 보내준 '페친'(페이스북 친구) 중에서 약 20명을 선정해 편지와 카네이션을 어버이날 직접 배달한다. 비용은 함씨가 자비로 전액 부담한다.

함씨는 "평소 페친들과 소통을 많이 하고 있는데, 어버이날 사정상 의정부에 오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소소한 이벤트를 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행사를 준비했다"고 7일 말했다.

그는 "수십통의 사연이 접수됐다"면서 "사연을 보내온 청년들은 대부분 군 복무 중이거나 공부와 일 때문에 해외 등 타지에 있는 이들"이라고 소개했다.

군인 A(22)씨는 함씨에게 보낸 사연에서 "지난해 7월 입대해 대구에서 복무 중인데 어버이날 부대 사정상 휴가를 나가기가 어려워서 부모님을 찾아뵐 수가 없어 너무 아쉽다"면서 "제 마음을 대신해 꽃 한 송이 꼭 전해드렸으면 좋겠다"고 썼다.

또 다른 군인 B씨는 "지난해 어버이날에는 휴가를 나가서 부모님과 식사도 하고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이번에는 훈련으로 인해 휴가가 안 됐다"는 내용의 사연을 전했다. B씨는 그러면서 "이런 따뜻한 생각을 하시는 분이 있는 도시에 살고 있다니 마음이 따뜻하다"고 했다.

우루과이에서 일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C씨는 "먼 타지에서 인종차별도 받고 긴장하며 살지만, 가족들 생각을 하면서 버티고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함씨는 8일 오전 양주시에 사는 부모님을 찾아뵌 뒤 카네이션 대리 전달을 위해 달릴 예정이다.

그는 "이번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마음 아픈 여러 사연의 청년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라며 "작은 이벤트이지만 저를 통해 좋은 추억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014년부터 '응답하라의정부'를 운영해온 함씨는 최근에는 '확장판'격인 '응답하라경기북부' 스마트폰 앱을 출시해 경기북부 지역 정보 안내와 영세업체 마케팅 등을 하고 있다.


suk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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