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안관' 출연…예능 프로그램으로 '제2의 전성기 맞아'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예전에는 온통 '행님'이라고 부르는 남성팬들뿐이었는데, 이제 지나가면 '오빠'라고 부르는 여성팬들이 생겨서 기분이 좋습니다. 하하."
모델 출신 배우 배정남(34)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보안관'에 출연한 그는 얼마 전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나가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와 달리 "들어보이소. 제가 돌아이도 아니고…"라며 걸쭉한 부산 사투리로 솔직하고 유쾌한 입담을 뽐내 시청자들을 홀렸다.
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예능프로그램에 나간 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웃더라"라며 "남들에게 기쁨을 준 사람이 된 게 너무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라디오스타'에서 선보인 "슈얼~와이낫?(Sure, why not?)"이라는 말이 이제는 유행어가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과거 부산에서 옷가게를 하던 그는 당시 모델이던 김민준이 강동원 등 톱모델이 소속된 '더 맨'이라는 회사를 소개해주면서 모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한다. 이후 2002년 송지오 컬렉션으로 데뷔한 뒤 유명 디자이너 컬렉션과 광고 등에서 활약하며 국내 톱 모델이 됐다.
그의 런어웨이 데뷔는 쉽지 않았다. 모델치고는 '작은 키'(177㎝)때문에 번번이 오디션에서 퇴짜를 맞았다. 그러다 송지오 컬렉션 무대에 발탁된 것을 계기로 모델로서 승승장구하게 된다. "한번 기회가 오니까 계속 일이 들어오더라고요. 당시 패션계에서 저는 '호빗족의 희망'이라고 불렸죠. 하하"
당시 동고동락했던 강동원과는 지금도 가족처럼 지낸다. 영화 '보안관'도 강동원이 오디션을 권유해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처음 모델 일을 할 때 집도 없어서 사무실에서 동원이 형이랑 같이 살기도 했죠. 그때 동원이 형님이 저를 너무 많이 챙겨주셨어요. 저에게 동원이 형은 작은 삼촌, '보안관'에 함께 출연한 (이)성민이 형님은 아버지 같은 분이시죠. 이번에 제가 뜨니까 동원이 형님이 정말 좋아해주셨죠. "
배정남은 모델로서 최정상에 올랐을 때 어린 시절 꿈이던 배우로 눈을 돌렸고, 2009년 SBS 드라마 '드림'으로 연기자로 데뷔했다.
이후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2012), '베를린'(2012), '마스터'(2016) 등에서 과묵한 경호실장, 호위 요원, 지능범죄수사대 팀원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배정남은 부산 기장을 무대로 마약사범을 잡으려는 전직 형사의 활약을 그린 '보안관'에서 에어컨 설비 기사이자 대호파 막내인 춘모 역을 맡았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가벼운 말투에 '배바지', 금목걸이 등 촌스러운 스타일로 무장해 웃음을 자아낸다.
"기존에 반반한 모델 이미지를 깨고 싶었죠. 촌스럽게 보이려고 일부러 운동도 많이 해서 가슴 근육도 키우고요. 영화를 보니까 제 비중이 많이 나와서 '와'했죠.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배정남은 그동안 여러 사건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배정남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마르코 클럽 난투극 동영상'과 '택시 강도'가 연관 검색어로 뜬다. 그는 '라디오스타'에서 2009년 불거진 마르코와 클럽 난투극은 "당시 술에 취해있던 마르코 일행 중 한 명에게 일방적으로 맞은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택시 강도'는 2012년 그가 택시 강도를 직접 맨손으로 잡은 일화다.
"'난투극'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지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잘살고 있는 마르코 형에게 오히려 죄송스럽죠. 예전에 주연을 맡은 드라마가 무산되고, 매니저도 도망가는 일을 겪으면서 크게 상심한 뒤부터는 '천천히 가자'라고 생각했고, 그런 일에는 개의치 않습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한 뒤 할머니 손에서 자랐고, 중학교 때부터 사실상 홀로서기를 해왔다는 그는 외로움을 많이 탄다고 한다. 그래서 늘 주변부터 챙긴다.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돈 30만원 들고 올라왔죠. 그 당시 저를 도와준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가 잘 되면 다 빚 갚아야 할 사람들이죠. 이제는 제가 도와줄 수 있어 기쁩니다."
인터뷰 내내 가식 없는 모습을 보여준 그는 배우로서 포부도 밝혔다.
"제가 연기 포부까지 밝힐 날이 올지 몰랐네요. 지금은 일하는 것 자체가 행복합니다. 앞으로는 조금이라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처음 모델 일을 시작했을 때처럼 지금이 제2의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가식 없이, 정직하게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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