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P빌리턴에 호주증시 철수 요구…호주 정부 "절대 불허" 경고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삼성의 경영에 공격적으로 개입해온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이번에는 호주 경제계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의 억만장자 폴 싱어가 운영하는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했으며 지난해에는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고 사업회사를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엘리엇은 이번에는 호주 간판 기업인 BHP빌리턴(이하 BHP)에 주식 가치를 50% 이상 높일 수 있다며 사업 재구조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현재의 호주 시드니와 영국 런던에 상장된 BHP 주식을 런던 쪽으로 하나로 통합하고, 미국 내 석유 자산을 분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BHP 경영진은 지난달 엘리엇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했으나, 엘리엇 관계자들은 이번 주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을 찾아 자신들의 요구를 밀어붙였다고 호주 언론들이 4일 전했다.
1885년 멜버른에서 설립돼 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 성장한 BHP는 호주 직원만 1만6천 명이며 시가총액으로는 호주 내 두 번째 기업, 런던 주식 물량까지 더하면 호주 최대 기업이다. 호주 주주만 약 50만 명에 이르며, 펀드 대부분도 이 회사 주식을 필수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호주 경제 기여도도 커서 호주 정부가 BHP로부터 세금과 로열티 등으로 거둬들인 것만도 지난해 155억 호주달러(13조 원)를 포함해 지난 10년간 모두 650억 호주달러(54조5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엇이 재차 압박을 강화하자 호주 정부가 엘리엇의 요구를 절대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며 BHP에 강력한 경고를 했다.
스콧 모리슨 재무장관은 3일 밤 성명을 내고 BHP를 호주증시에서 철수하는 것은 국익에 반하는 것이라며 BHP와 영국 광산기업 빌리턴의 2001년 합병 때 약속한 대로 회사 자산을 호주에 상장해 놓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리슨 재무장관은 이어 BHP 측이 합병 조건을 이행하지 않고 엘리엇의 제안을 수용한다면 "형사 및 민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며, 이사진은 개인적으로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BHP는 2015-16회계연도(2015·7~2016·6)에는 유가와 철광석 가격의 하락으로 사상 최악인 미화 63억9천만 달러(7조2천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하반기의 경우 상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흑자로 돌아섰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3일 엘리엇의 요구는 BHP의 신용에는 부정적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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