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환자 2013년 36명→2016년 169명 급증…최근 가족 간 감염 사례도 확인돼
전문가 "풀밭·숲 눕거나 앉지 말고 반려견과 외출하면 진드기 확인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신록이 우거지고 황금연휴가 이어지는 5월이 되면서 전국의 산과 들은 캠핑과 등산을 즐기려는 나들이객들로 북적인다.
야외 나들이에 들떠서 자칫 개인위생이나 복장 관리에 소홀했다가는 야생진드기가 옮기는 감염병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의 표적이 되기에 십상이다.
SFTS는 건강 상태가 안 좋은 고령층이나 유병자의 경우 생명까지 위협받는 치명적인 질병이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5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전남에 사는 A(57)씨는 등산에 나섰다가 야생 진드기에 물린 뒤 고열과 오한에 시달렸다.
증상이 심해지자 광주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 검사를 받은 결과, 그는 올해 첫 SFTS 환자로 확진됐다.
비슷한 시기 제주에 거주하는 여성 B(79)씨도 고사리를 채취하려고 산에 다녀온 뒤 갑자기 집에서 쓰러져 고열과 혈소판 감소 증세를 보여 병원 치료를 받았다. B씨 역시 SFTS 양성 판정을 받았다.
SFTS는 바이러스를 보유한 참진드기가 전파하는 제4군 법정 감염병이다.
제4군 법정 감염병은 국내에서 새롭게 발생했거나 발생 우려가 있는 감염병이거나 국내 유입이 우려되는 해외 유입 감염병을 말한다.
국내에서 2013년 처음으로 발생 사례가 확인됐다.
참진드기에 물리면 잠복기를 거친 뒤 고열(38∼40도)이 3일∼10일간 지속한다.
혈소판 감소와 백혈구 감소, 구토,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이 오고 심하게는 다발성 장기부전이나 혼수상태가 나타난다.
아직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탓에 SFTS 환자 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13년 전국적으로 36명에 불과하던 환자 수는 2014년 55명, 2015년 79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환자 수는 2013년보다 5배가량 껑충 뛴 169명으로 확인됐다.
4년간 사망자가 73명에 이를 만큼 치사율도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SFTS 바이러스의 가족 간 감염 사례도 국내 최초로 확인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근화 제주대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팀은 일본 국립감염병연구소(NIID) 연구팀과 공동으로 2015년 6월 제주도에서 야생진드기에 물린 뒤 SFTS 바이러스에 감염, 사망한 남성(74)의 아내에 대한 유전자 및 혈청 검사를 시행해 이런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열대의학·위생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ASTMH) 지난해에 발표됐다.
당장은 치료제가 없는 만큼 전문가들은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야외활동을 할 때는 긴 옷을 입고 소매와 바지 밑단을 단단히 여미고, 풀밭 위에 눕거나 옷을 벗어두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외출하고 돌아온 뒤에는 옷을 털어 세탁하고, 목욕하는 편이 낫다. 머리카락과 귀 주변, 무릎 뒤 등 몸에 진드기가 붙어있는지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몸에 달라붙은 진드기는 애써 제거하려 하지 말고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충북대 한정호 소화기내과 교수는 "풀숲이나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계절인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반려견과 외출하고 돌아온 뒤에는 반드시 씻기고 진드기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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