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전수조사로 끔찍한 사건들 줄줄이 수면 위로
미취학 2명·무단결석 초중생 13명 소재 계속 파악중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5월5일 어린이날이 누구보다 반갑지 않은 이들은 바로 우리 주변에서알게 모르게 학대 피해를 당하고 있는 아동들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아동학대 문제가 심각한 사회 이슈로 급부상한 계기는 2015년 12월 있었던 인천 '맨발 소녀' 사건이었다.
이후 교육당국이 뒤늦게 장기결석 및 미취학 아동 전수조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지난해 초 상상 못 할 엽기적 범죄들이 줄줄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올해 3월 신학기를 맞아 교육부가 다시 실시한 전수조사에서 새로운 사건들이 잇따라 발각되면서 또 한번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 혹시나 했더니…올해도 학대 사례 잇따라
교육부는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세상을 들끓게 한 아동학대 범죄를 계기로 올해부터는 사상처음으로 1월 초등학교 예비소집 단계에서부터 미참석 아동의 소재를 파악하는 작업을 했다.
그 결과 경찰 수사, 언론보도 등을 통해 구체적 경위가 드러난 학대 피해 사례만 벌써 4건 가량이다.특히 4건 가운데 2건은 사이비 종교에 빠진 부모 때문에 얼토당토 않게 아동이 숨지고 시신까지 유기된 케이스여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생후 6개월 된 아들에게 향불로 액운을 쫓는 의식을 하다가 아들이 숨지자 야산에서 시신을 불태운 뒤 유기한 사건이 7년 만에 경찰 수사로 드러났다. 이 아이는 만약 살아있다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였다.
때문에 아이는 올해 취학 대상 명부에 이름이 올라 있었고, 1월 있었던 예비소집에 참석하지 않자 관할 교육청이 경찰에 아이의 소재 파악을 의뢰하면서 뒤늦게 사건 전모가 밝혀졌다.
서울에서도 지난달 세살배기 아이가 개를 숭배하는 사이비 종교집단에서 맞아 숨진 사건이 뒤늦게 경찰 수사로 밝혀졌다.
어머니 최모씨는 이 종교집단의 훈육 담당자와 함께 숨진 아이의 시신을 야산이 유기했다가 다시 파내 화장하고는 거짓으로 실종 신고까지 했다.
미제로 남을 뻔했던 사건은 역시나 올초 초등학교 미취학 아동의 소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전말이 드러났다.
앞서 2∼3월에는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아이를 버리고 달아난 두 건의 사례가 역시 뒤늦게 발각됐다.
경기 안양에서는 2010년 10월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생후 1개월 된 아들을 버린 혐의로 A(26·여)씨가, 광주광역시에서도 2011년 생후 8개월 된 아들을 버리고 달아난 B(40·여)씨가 각각 경찰에 붙잡혔다.
버려진 아이들은 모두 보육시설에 맡겨진 것으로 확인됐는데, 역시 미취학 아동의 소재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밝혀진 경우다.
◇ 인천 '맨발 소녀'에서 시작된 끔찍한 사건들
더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사건이 2015년 12월 인천에서 아버지로부터 학대받다 맨발로 탈출한 11세 소녀 사건을 계기로 줄줄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는 점이다.
즉, 역설적이게도 이 사건이 없었더라면 교육당국이 미취학 또는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대대적인 전수조사에 나서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끔찍하고 엽기적인 학대 사건도 영영 수면 아래 감춰져 있었을 개연성이 높았다는 얘기다.
초등학교 5학년 나이임에도 몸무게가 4살 아이 평균인 16kg에 그칠 정도로 참혹한 모습의 '맨발 소녀' 충격에 교육부는 2015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미취학,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지난해 1월 인천에서는 장기결석 초등생이 아버지에게 학대받다 숨진 뒤 시신이 훼손된 상태로 냉동실에서 발견됐는가 하면, 2월에는 부천 장기결석 여중생이 목사 아버지의 학대 끝에 숨진 뒤 백골 상태로발견돼 세상을 경악게 했다.
또 경남 창원에서는 큰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암매장한 혐의로 친모가 구속됐고, 평택에서는 계모로부터 심한 학대를 받아 숨진 '원영이' 사건으로 또다시 충격을 줬다.
교육부는 비슷한 사건이 또 있을 것으로 우려해 올해부터는 1월에 실시되는 초등 예비소집 단계에서부터 미참석 아동의 소재를 파악했다. 3월 새 학기가 시작된 이후에는 초·중학교 장기결석 학생 전수조사도 새로 했다.
그 결과 아직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미취학 아동은 2명, 무단결석 초·중학생은 13명으로 집계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미취학 아동 2명 중 1명은 아버지가 지인에게 아이를 맡겼으나 행방을 모른다고 주장하고, 또 1명은 부모가 모두 지명수배된 경우"라며 "경찰과 함께 아이의 안전 여부 등 소재를 끝까지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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