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입찰 다가오는데…도시바 반도체 매각은 오리무중

입력 2017-05-05 08:23  

2차 입찰 다가오는데…도시바 반도체 매각은 오리무중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일본 도시바(東芝)가 이달 중 메모리 반도체 사업 매각을 위한 본입찰(2차 입찰)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막판까지 인수전의 향방이 안갯속이다.

그만큼 유력 인수 후보들이 치열하게 각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반도체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도시바는 예비입찰(1차 입찰)을 통과한 인수 후보들을 상대로 19일 2차 입찰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입찰은 인수 후보들이 도시바 반도체 사업에 대한 실사 등을 거쳐 실제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인수 가격을 써내는 것이다.

도시바는 예비입찰에 참가한 인수 후보들 중 일부를 추려 2차 입찰 참여 자격을 줄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바는 이런 절차를 거쳐 다음 달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실사 등의 작업에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2차 입찰 참가자 선정은 거의 막바지 단계에 다다른 것으로 추정된다.

조만간 예비입찰을 통과한 후보들에게 이를 통보하고 실사 자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업계와 언론에서는 한국의 SK하이닉스[000660]와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미국 브로드컴, 웨스턴디지털(WD) 등 4곳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좀 더 구체적인 유력 인수 후보의 윤곽은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참가 업체들이 도시바 인수를 위해 막판까지 필사적으로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최태원 SK 회장이 최근 일본을 다녀왔다. 도시바 인수를 위해 검찰의 출국금지 조처가 풀리자마자 첫 해외 출장지로 일본을 택한 것이다.

일본 내 최 회장의 구체적인 동선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 회장이 도시바 경영진을 만나 SK그룹의 반도체 사업 비전을 설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 회장이 도시바 반도체의 주력 거점인 미에(三重)현 욧카이치(四日市)공장에 투자와 고용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도시바의 오랜 반도체사업 파트너인 WD와 접촉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WD는 이런 제휴관계를 근거로 도시바에 매각과 관련한 독점 협상권을 요구했는데, 최 회장이 일본을 방문 중인 마크 롱 WD CFO(최고재무책임자)와 만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일본 출장 뒤 귀국길에서 "(출국금지 해제 후) 처음으로 현장에 다녀온 데다 일본밖에 안 갔기 때문에 어떻다고 말하기는 조금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도시바 인수와 관련해 일본 외에 다른 나라를 방문하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될 수 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 회장의 인수 전략이나 또 다른 해외 출장 등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로 인수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되는 훙하이의 행보는 더 적극적이다. 궈타이밍 훙하이 회장은 지난달 말 은밀히 백악관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궈 회장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면담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방문의 목적을 도시바 인수로 분석했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가 도시바 반도체 기술이 중국과 대만으로 유출될 것을 경계하는 가운데 궈 회장이 미국 투자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난관을 타개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궈 회장은 이에 앞서 미국의 애플과 아마존, 델, 일본의 샤프와 소프트뱅크 등을 끌어들여 '미국·일본·대만연합'을 결성하면서 훙하이의 인수 비율을 20%로 낮추겠다는 그림도 제시한 바 있다.

또 2019년까지 미국 새 공장 건설 등에 200억 달러를 투자해 1만6천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훙하이는 입찰 참가업체 중 가장 높은 3조엔(약 30조원)을 인수가격으로 제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도시바 인수전에 필사적으로 임하고 있는 모양새다.

WD는 냉온 양면 전술을 구사하는 중이다.

우선 17년간 도시바와 합작 관계를 유지하며 1조4천억엔을 투자했다면서 인수와 관련한 독점 교섭권을 요구했다. 자신들의 동의 없이 제3자에 매각할 수 없다며 강수를 둔 것이다.

WD는 또 "높은 인건비나 (매년 해야 하는) 공장에 대한 계속 투자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공정한 가격을 크게 웃돈다"며 도시바 스스로 제시한 2조엔의 인수 가격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스티브 밀리건 WD CEO(최고경영자)는 일본 언론들에 장문의 편지를 보내 "도시바가 현재의 위기를 탈출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겠다"며 유화 제스처도 취했다. 또 "도시바의 모든 이해 관계자가 장기적인 이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도 했다.

초기부터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브로드컴 진영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투자펀드 KKR(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이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미일연합'으로 불리는 이 컨소시엄은 반도체 기술의 해외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정부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력한 인수 후보로 부상했다.

미일연합은 1조8천억엔(약 18조2천759억원) 규모로 입찰에 참여하는데 KKR이 최대 3천억엔, 산업혁신기구가 수천억엔, 정책투자은행이 1천억엔을 각각 출연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부족분은 차입으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도시바의 오랜 파트너인 WD도 미일연합 합류를 검토했지만 독점금지법상 제약이 있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WD는 참여하더라도 소액주주에 그칠 것으로 분석된다.

또 브로드컴 역시 산업혁신기구, 정책투자은행과 공동입찰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도시바 인수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전히 유력한 인수자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입찰 가격 외에도 산업 안보 등 다른 여러 정치적·경제적 변수들이 최종 입찰자 선정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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