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킹엄궁 "여왕은 모든 공무 계속 수행할 것"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91)의 남편 필립공(95)이 올가을 왕실 공무에서 은퇴한다고 버킹엄 궁이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버킹엄 궁은 성명에서 "에든버러공작(필립공)이 올가을부터 공적 일정을 더는 수행하지 않기로 했다. 결정을 내리면서 여왕의 완전한 지지를 얻었다"고 밝혔다고 영국 언론들이 전했다.
버킹엄궁은 "필립공은 올가을까지 이미 예정된 일정에 혼자 또는 여왕과 함께 참여할 것"이라며 "780여개 단체의 후원자·대표·회원인 필립공이 이들 단체와 계속 교류하지만 행사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더는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버킹엄궁은 여왕은 "모든 공무 프로그램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달 96세 생일을 맞는 필립공은 지난해 왕실 공식 일정에 참여한 날이 110일로, 왕실 일가 중 5번째로 많다고 BBC 방송은 소개했다.
앞서 필립공은 90세가 되던 지난 2011년 일부 단체의 후원자에서 물러난 바 있다.
여왕과 필립공의 결혼생활은 오는 11월 70주년을 맞는다.
버킹엄 대변인 디키 알비터는 필립공이 "매우 건강한 상태"라며 "그가 삶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단지 풀타임 공무에서 물러나는 것"이라며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BBC는 "여왕은 비록 업무 부담은 다소 줄어들겠지만 공무를 계속할 것이다.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보도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여왕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 등을 언급하면서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리스 코르푸 섬에서 태어난 그리스 왕족 출신의 필립공은 공식 일정에서 즉석 발언을 내놓기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2013년 버킹엄 궁에서 당시 여자 아동의 학교 보내기 캠페인을 벌이던 '탈레반 피격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를 만나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데 왜냐면 엄마가 아이들이 집에 있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한 말실수도 그중 하나다.
필립공뿐만 아니라 여왕도 최근 몇 년 사이 고령으로 인해 왕실 공식 일정에 참여하는 것을 줄여왔다.
하지만 지난 2015년에 영국에서 306회, 해외에서 35회에 걸친 행사에 참석하는 등 예전보다는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왕성한 일정을 거뜬히 소화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이후 해외 일정은 찰스 왕세자와 윌리엄 왕세손 등 가족에게 대신 맡기고 있다.
국내 일정 역시 왕실 가족이 대신 참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여왕은 작년 말 국립아동학대예방기구(NSPCC)와 윔블던 테니스대회를 주관하는 AELTC 등 25개 단체의 후원자에서 물러나기도 했지만 여전히 자선단체나 스포츠 단체를 중심으로 600개를 넘는 단체의 후원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존하는 세계 최장 재위 군주인 엘리자베스 2세는 지난 2월 재임 65주년인 '사파이어 주빌리'를 맞았다.
2015년 9월엔 고조모인 빅토리아 여왕의 재위 기간인 63년 7개월 2일을 넘어서면서 영국 최장 재위 군주 기록을 세웠고, 이듬해에는 푸미폰 아둔야뎃(88) 태국 국왕의 서거로 현존하는 세계 최장 재위 군주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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