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피커 출시 눈앞…네이버는 차량 정보기기도 첫선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연필 한 개도 안 만드는 회사'는 과거 네이버나 카카오가 자사를 대중에 쉽게 소개할 때 쓰던 말이다.
국내 양대 포털이자 한국 대표 IT(정보기술) 업체들이지만 철저히 무형의 인터넷 서비스와 소프트웨어(SW)로 경쟁할 뿐, 물리적 실체가 있는 하드웨어(HW)를 팔진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설명은 이제 옛말이 될 전망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올해 내 첫 HW 제품을 내놓는다. 두 회사로선 2017년이 구글·아마존처럼 SW와 HW를 아우르는 종합 IT 기업으로 나아가는 '원년'인 셈이다.
9일 포털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일본의 메신저 자회사 라인과 함께 인공지능(AI) 기반 스피커인 '웨이브'(WAVE)를 개발해 올 여름께 발매한다.
시각·청각·촉각 등 오감(五感)을 고루 만족하게 하는 네이버·라인의 주력 미래 기술인 AI '클로바'가 탑재된 첫 전용 HW라 기대가 크다.
HW 생산 자체는 협력사가 하지만 디자인·기획·브랜드 운영 등 핵심 작업은 네이버 측이 주도한다. 네이버는 이 협력사가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웨이브는 일단 라인 브랜드 아래 일본 출시가 확정된 상태이며, 한국에서는 네이버 상표 아래 발매 방침이 검토되고 있다.
네이버는 또다른 미래 먹거리 사업인 차량용 정보 서비스 'IVI'를 위해서도 HW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 IVI는 태블릿 PC처럼 생긴 기기를 차량 계기판 상단에 붙여 쓴다. 운전자가 말만 하면 AI가 바로 내비게이션, 날씨, 일정, 음악, TV 등의 기능을 구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네이버는 IVI 기기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파트너사에 의뢰해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7월께 차량 공유 업체 '그린카'의 차에 IVI를 탑재해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1차 목표다.
카카오도 올해 내로 AI 스피커를 발매한다. 카카오의 미래 전략인 'AI 플랫폼'(서비스 공간)을 본격적으로 구현한 첫 제품이자, 음원, 동영상, 뉴스 추천, 음성 검색 등 카카오의 핵심 서비스를 집약한 사례다.
네이버 웨이브처럼 기획·디자인을 카카오가 맡고 HW 생산은 협력사에 맡긴다.
네이버가 자사 브랜드로 HW를 시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는 2014년 합병했던 포털 다음이 독자 회사 시절인 2012년 스마트 TV 셋톱박스 '다음TV 플러스'를 시판한 적이 있지만, 이는 사업 다변화를 노린 시제품 성격이 강해 현재의 AI 스피커와는 위상이 전혀 다르다.
이처럼 인터넷 서비스·SW 업체가 HW까지 아우르는 종합 IT 기업으로까지 자란 사례는 국외에서 많다.
세계 1위 검색 엔진인 구글은 현재 '메이드 바이 구글'(Made by Google)이라는 브랜드 아래 스마트폰, AI 스피커, 가상현실(VR) 기기 등을 판다. 온라인 상거래 서비스인 아마존닷컴도 전자책 기기 '킨들', 태블릿 PC '파이어', AI 스피커 '에코' 등을 내놓으며 HW 시장에서 탄탄한 위상을 다졌다. 윈도 운영체제(OS)를 파는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한 이후 자사의 휴대용 PC 브랜드인 '서피스'의 강화에 전사적 역량을 쏟고 있다.
국내 IT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OS, 앱(응용프로그램) 장터 등이 애플 브랜드 아래 통합돼 다방면의 수익을 내는 아이폰 사례처럼 SW와 HW가 융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국내 포털도 HW 진출에 관한 필요성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며 "특히 AI 같은 새 서비스에서 자사의 비전을 HW 차원에서도 온전히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가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HW 진출은 실패의 위험성도 작지 않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DNA로 생소한 HW 사업 운영을 제대로 하기가 쉽진 않기 때문이다.
구글은 스마트폰 사업의 본격화를 노려 2011년 모토로라를 인수했다가 2014년 100억 달러(11조 3천억여원)의 손해를 감내하고 중국 레노보에 매각했다.
아마존닷컴도 2014년 발매한 스마트폰 '파이어폰'이 크게 실패하면서 단기 실적이 악화하는 '수업료'를 내야 했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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