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불교국가 미얀마와 수교…교황·수치 회동후 전격 발표

입력 2017-05-04 21:16  

교황청, 불교국가 미얀마와 수교…교황·수치 회동후 전격 발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교황청이 불교 국가 미얀마와 수교한다.

교황청은 4일 미얀마와 정식 외교관계를 맺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이는 양국의 상호 우의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교 소식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얀마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을 만난 직후 전격 발표됐다.






미얀마는 가톨릭 신자가 총인구 5천100만 명의 1%를 웃도는 약 70만 명에 불과한 불교 국가이지만, 현지 가톨릭 역사는 약 500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마웅 보 양곤 대주교는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미얀마의 첫 추기경으로 임명된 바 있다.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함에 따라 두 나라는 서로의 나라에 대사관을 개설하고 곧 대사를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은 현재 중국을 제외한 180여 개 국가와 수교하고 있다.

교황청과 미얀마의 공식 외교관계 수립은 미얀마 군경이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상대로 살인과 성폭행, 고문 등 반(反)인권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미얀마가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지난 2월 미얀마군의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과 관련,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교황은 당시 "로힝야족은 단지 그들의 문화와 이슬람 신앙대로 살길 원한다는 이유로 고통받고, 죽임을 당하고 있다"며 핍박받는 로힝야족을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고 바티칸에 모인 신자들에게 요청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사도궁의 교황 서재에서 수치 자문역과 약 30분 동안 만나 환담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올해 가톨릭 세계 평화의 날에 맞춰 발표한 '비폭력" 평화를 위한 정치방식'이라는 제목의 담화문집을 수치 자문역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바티칸 방문에 앞서 지난 2일 유럽연합(EU)을 방문한 수치 자문역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대표와 회담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 3월 로힝야족에 대한 현지 조사를 결정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미얀마 민주화 투쟁의 상징적 인물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수치 자문역은 미얀마 당국의 로힝야족 탄압에 대해서는 침묵함으로써 국제적 명성이 빛이 바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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