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 수호"…美 트럼프 정부와 다른 행보 주목
日 요코하마서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요코하마=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동북아시아 경제를 이끄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 국가는 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제17차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를 개최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했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중국 측에서는 시 야오빈 재무차관, 장 젠신 중국 인민은행 국제협력 부국장이 각각 참석했다.
3개국은 공동선언문에서 "우리는 무역이 생산성을 향상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엔진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며 "우리는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한 이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미국 내 기업을 위한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해왔다.
미국 정부는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지난 3월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발표된 공동선언문에는 미국의 반대로 '보호무역주의 배격'이라는 표현이 담기지 못했다.
이런 흐름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이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 확산하는 보호무역주의에 적극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그동안 역내 금융협력에만 초점을 두고 논의가 이루어졌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자유무역 수호를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겠다는 확고한 정책공조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자유무역 정신이 G20으로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과 중국, 일본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재정 및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동원하기로 했다.
3개국은 공동선언문에서 "세계경제가 금융시장 회복과 제조업·무역 등의 경기 순환에 따른 회복국면으로 성장세가 강화될 것"이라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역내 경제도 상대적으로 견고한 성장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불확실한 정책 환경 등 하방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며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 재정 및 통화 정책, 선제적 구조 개혁 등 모든 정책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위험) 등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해 높은 수준의 공조 및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지정학적 긴장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위축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국은 아시아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금융협력 강화에도 합의했다.
3개국은 선언문에서 "우리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의 작동성과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 다른 역내 회원국과의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CMIM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연계가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역내 금융안전망인 CMIM 체제를 통해 384억 달러를 인출할 수 있는 다자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다.
아울러 한·중·일은 세계경제 협력의 최상위 포럼으로서 G20 차원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3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내년 5월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다시 회의를 열 예정이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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