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문 박물관 주변에 수백 명 늘어서 야유…지지자도 일부 집결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취임 뒤 처음으로 '고향' 뉴욕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따뜻한 환대 대신 수백 명의 성난 시위대를 마주했다고 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선지인 뉴욕 인트레피드 박물관 주변 도로에 늘어서서 야유를 퍼부었다.
시위대는 울타리가 설치되는 등 삼엄한 통제 속에서도 드럼과 탬버린을 두드리며 "뉴욕은 당신을 싫어한다(New York hates you!)" "당신은 내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목소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 행렬이 지나갈 때 더 커졌다.
이들은 '트럼프를 버려라(Dump Trump)' '취임 100일? 가짜 뉴스이길 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흔드는가 하면, 일부는 트럼프 모형의 탈을 쓰고 그를 조롱했다.
시위대는 이날 인트레피드 박물관에서 열리는 행사 참가자 일행이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지나자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고 외치기도 했다.
주변 도로를 지나던 차들은 경적을 울리며 시위대에 지지를 표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심지어 그의 고향에서도 저항이 여전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소수이긴 하지만 트럼프의 '귀향'을 반기는 지지자들도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역시 도로 주변에서 '트럼프라 다행이다' '불법 외국인 체류자를 쫓아내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든 채 "트럼프를 사랑해요" "미국"을 외쳤다.
앞서 백악관은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한 듯 트럼프 대통령의 뉴욕 도착시간을 오후 3시에서 6시로 늦춰 체류 시간을 줄이고 맨해튼 도심을 거쳐야 하는 일정도 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턴불 총리와 도심 5번가 호텔에서 만날 예정이었지만, 이후 그가 연설하기로 돼 있던 인트레피드 박물관으로 장소를 바꾸고 회담 시간도 30분으로 줄였다.
뉴욕은 트럼프 대통령이 태어나 자란 곳이자 오랜 기간 거주하며 사업적 성공을 거둔 곳이다. 트럼프의 아내 멜라니아 여사와 아들 배런은 아직 뉴욕 한가운데에 자리한 트럼프타워에 거주 중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정치적으로 가장 진보적이고 구성원이 다양한 도시 중 하나인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는 바닥을 긴다. 대선 당시 뉴욕에서 그에 대한 지지율은 18%에 그쳤고 대선 이후에도 트럼프 반대 시위가 끊이질 않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입성 뒤 뉴욕을 찾지 않는 이유로 지목된 바 있지만, 그는 지난주 인터뷰에서 정부가 비용을 많이 부담해야 하고 뉴요커들에게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뉴욕 방문 자제 이유를 설명했다.

gogo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