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잇는 350㎞ 길이의 고속철도 사업 수주경쟁에서 우위를 점해 온 중국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일본이 막판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다.
5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재무부는 지난 3일 쿠알라룸푸르 외곽 신도시 반다르 말레이시아 개발사업 지분 60%를 중국철로공정총공사(中國鐵路工程總公司·CREC)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계약이 파기됐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재무부는 "매수자가 지급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관련 소식통은 싱가포르-말레이 고속철도 사업 수주 및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계약파기의 배경 중 하나라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 2015년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국영투자기업 1MDB의 천문학적 부채와 자금유용 의혹으로 궁지에 몰렸을 당시 1MDB 자산을 매입해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중국은 이를 빌미 삼아 고속철도 사업을 자국기업이 수주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에 더해 반다르 말레이시아에 들어설 싱가포르-말레이 고속철도 말레이시아측 종착역의 소유 및 운영권까지 넘길 것을 요구하다 거절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남아시아의 첫 국가 간 고속철도 사업인 싱가포르-말레이 고속철도는 총 350㎞ 구간으로 말레이시아 구간은 335㎞, 싱가포르 구간은 15㎞다.
CREC 컨소시엄은 반다르 말레이시아 개발사업 지분 인수 추진에 이어 반다르 말레이시아에 80억 링깃(2조1천억원)을 들여 CREC 지역 본부를 건설하겠다고 밝히는 등 총력전을 벌여왔지만, 지분 인수가 불발되면서 수주가 불투명해졌다.
싱가포르-말레이 고속철도 공사를 놓고 중국과 경쟁해 온 일본은 이 틈에 입지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고속철 관련 학술행사 참석차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이시이 게이이치(石井啓一) 일본 국토교통상이 전날 기자들을 만나 말레이시아 유관 부처 장관 3명과 접촉해 "재원과 인재개발, 현지업체와의 협업과 관련한 특정 제안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작년말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2026년 12월 서비스를 목표로 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협력협정에 서명했다.
두 국가는 올해 국제선 고속철도 운항 서비스 회사 선정 입찰과 차량 및 자산 관리회사 선정 입찰을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한국, 프랑스 등이 큰 관심을 보이며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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