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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골 못 넣는다고 고민에 빠지지 마라. 그냥 이 악물고 뛰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전사' 안정환(41)이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을 앞두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신태용호' 태극전사들을 '깜짝 방문'해 따뜻한 조언의 말을 건넸다.
대한축구협회는 5일 "안정환이 4일 저녁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를 방문해 U-20 대표팀 선수들에게 30여 분 동안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격려했다"고 밝혔다.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한국 조직위원회 홍보대사인 안정환의 방문은 신태용 감독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안정환은 이날 강연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이탈리아와 16강전 페널티킥 실축 장면을 회상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경기 초반에 찾아온 좋은 기회에 긴장을 너무 많이 했다. 나중에 경기 비디오를 보니까 평상시 페널티킥을 차기 전에 늘 하던 루틴(습관적 행동)을 그날만큼은 하지 않았다. 그게 실축의 이유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평소 습관을 잊어버릴 정도로 수많은 홈팬 앞에서 경기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라며 부담과 긴장감을 떨쳐버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안정환은 "다른 사람과 대화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라며 "항상 축구 생각을 하고, 끊임없이 시뮬레이션 훈련을 해서 자신의 뇌에 그것을 주지시키면 언젠가는 그것이 본능적으로 나온다"고 자신의 비결을 전달했다.
강연에 이은 질의·응답 시간에 공격수 조영욱(고려대)이 골에 대한 부담을 이겨내는 방법을 묻자 안정환은 "이탈리아전 때 남은 시간 내내 속으로 울면서 뛰었다. 경기에 지면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안정환은 "골에 대한 부담감이 없는 공격수는 세상에 한 명도 없다"라며 "골을 못 넣는다고 스트레스를 받고 지나치게 고민에 빠지지 마라. 그냥 이 악물고 뛰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정환은 강연을 마친 뒤 이날 생일을 맞은 하승운(연세대)을 위해 선수들이 마련한 생일 케이크를 전달했고, 피부관리에도 신경 쓰라며 선수들에게 선크림을 선물하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은 "홈에서 열리는 경기가 오히려 어린 선수들에게는 부담돼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다"라며 "홈에서 열린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극과 극을 경험했을 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 편안하게 조언해줄 수 있는 축구인으로 안정환이 생각나서 연락했다. 다행히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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