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오리발 내민 운전자…법원 "보험금 못 받는다"

입력 2017-05-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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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오리발 내민 운전자…법원 "보험금 못 받는다"

블랙박스·카드명세 등 간접사실 근거로 '만취 운전' 인정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음주 운전으로 사고를 내고도 책임을 피하려 졸음운전을 했다고 거짓말한 운전자에게는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고 직후 운전자가 현장을 벗어나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법원은 사고 경위, 블랙박스 영상 등 간접적인 사실들을 근거로 음주 운전이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임종효 판사는 A씨가 보험사를 상대로 "부상과 차량 손해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낸 청구를 기각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2012년 9월 9일 경남 함안군 일대를 운전하던 중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사고 직후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사람은 없고 차만 발견됐다.

그는 사고 다음 날 병원을 찾아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정신을 잃었다가 깨 보니 차에서 40∼50m 떨어진 아파트 공사 현장에 누워 있었다"고 주장했다.

보험사는 A씨가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고 보고 음주 운전에 따른 손해는 보상 책임이 없는 '면책사항'이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사기미수 혐의로 그를 고소했다.

검찰은 사고 직후 A씨가 현장을 떠나서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되지 않아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자 A씨는 보험사를 상대로 졸음운전 사고에 따른 치료비와 보상금 총 7천여만원 지급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블랙박스 영상과 사고 직전 유흥주점에서 50만원을 사용한 A씨의 카드명세서 등을 근거로 음주 운전을 했다고 판단했다.

임 판사는 "블랙박스에 녹취된 대화 내용을 보면 A씨가 지인에게 불분명한 음성으로 '음주 운전해서 가입시더(갑시다)'라고 말했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차를 운행하다가 약 10분 뒤 사고를 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가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훨씬 초과해 정상적인 운전에 필요한 능력을 현저히 잃은 상태였다고 인정하기에 넉넉하다"고 설명했다.

임 판사는 또 "사고 이후 왕복 4차로 도로를 건너 약 50m가 떨어진 아파트 공사현장으로 갔다는 것은 정상적인 행동으로 수긍하기 어렵고, 41시간 뒤에야 응급실에 간 것도 의아하다"면서 A씨가 거짓 진술한 정황이 있다고 봤다.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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